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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 외국인 낯설다고 생각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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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 외국인 낯설다고 생각 마세요"

입력
2010.04.0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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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외국인 학생 16명, 부천약대초교 찾아 일일교사

3일 오전 경기 부천에 위치한 부천약대초등학교에 한양대 외국인 학생 16명이 나타났다. 이날 일일교사로 나선 이들은 토고,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파라과이, 미국 등 9개 나라에서 온 한양대 재학생들이었다. 오전 8시 30분 낯선 외국인 학생들의 출현에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들이 학교를 찾은 이유는 다문화가정 자녀가 늘어나면서 아이들과 외국인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이 초등학교만 해도 한 반 총 25명 중 많게는 7명까지 어머니가 필리핀, 베트남 등 다른 나라 출신이었다.

이날 16명은 4명씩 4팀으로 나눠 학년별로 차례로 수업에 들어갔다. 첫 수업이 진행된 6학년 2반은 장요남(중국ㆍ22)과 비랄 칸(파키스탄ㆍ25), 앤드류 네스타(미국ㆍ24), 크마미 께오분판(라오스ㆍ21)이 맡았다. 아이들은 의자에 등을 고추세운 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크마미는 나중에 "모든 아이들이 나만 똑바로 쳐다보고 있어 많이 긴장됐다"고 말했다. 크마미는 떨리는 목소리로 약 10분 동안 라오스의 위치와 음식, 언어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의 '문화 알리기 대작전'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3학년 3반에 들어갔던 이산 건넬(미국ㆍ21)은 교실에 말머리 가면을 얼굴에 쓰고 들어갔다. 아이들이 경계심을 허물기 위해서였다. 아두아염 아헤고 코비(토고ㆍ24)는 5학년 2반에 들어가 토고 전통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췄다. 연극영화학을 전공하는 오제키 신야(일본ㆍ25)는 실력을 살려 아이들 앞에서 일본판 '꽃보다 남자'드라마를 재연했다.

이날 외국인 선생님들의 가장 큰 목적은 아이들에게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기 보다 그저 '외국인이 낯선 존재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리는 일이었다. 처음에 "다 외국인에요?"라고 묻던 아이들도 점차 경계심이 풀리자 친밀감을 드러내며 그 또래 나이의 엉뚱한 질문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4학년 2반 전종형(10)군은 장요남(중국ㆍ22)씨에게 탕수육이 중국 음식인지를 물었고 5학년 2반 이태권(11)군은 손준걸(중국ㆍ28)씨에게 "'여자친구 있어요?'를 중국어로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 기어코 "니유 늬평우미"란 답을 얻어냈다. 한 아이는 코비가 토고에 산다며 기린을 보여주자 "기린을 탈 수 있냐?"고 진지하게 물어 코비를 당황하게 했다.

정연탁 약대초등학교 교장은 "앞으로도 아이들이 외국인들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만들 것"이라며 "5월 1일 열리는 운동회에서는 전교생 500여명과 한양대에 재학중인 외국인 유학생 300명이 함께 참여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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