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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前총리, 檢 신문에 진술거부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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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前총리, 檢 신문에 진술거부권 행사

입력
2010.04.0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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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31일 재판에서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 대해 형사소송법(형소법)에 규정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크게 반발, 변호인 및 재판부와 재판진행 방식을 두고 밤늦게까지 설전을 벌인 끝에 1일 최종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한 전 총리는 검찰의 피고인 신문이 시작되자 "검찰의 질문에 대해 지금부터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데 이어 첫 공판 때 모두진술을 한 것 말고는 한 차례도 입을 연 적이 없던 한 전 총리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 신문을 통해 공소사실을 입증하려 했지만, 뜻밖의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은 신뢰할 수 없었고, 검찰의 태도는 수사 전이나 공판 중에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으로 악의적인 흠집내기를 계속했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법이 보장한 권리에 따라 검찰의 신문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진술거부권은 피고인의 권리지만 검찰의 신문권도 보장돼야 한다"며 진술거부와 상관없이 신문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이 "형소법에 어긋난다"라고 반박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재판부는 소송지휘권까지 행사해 변호인의 손을 들어줬지만 검찰이 불복하자 두 차례에 걸쳐 휴정을 요구하고, 비공개 협의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내지 못했다.

재판부는 결국 ▦변호인 신문만 진행한 뒤 변호인의 질문에 대해서만 검찰의 반대신문 기회를 주는 방식 ▦변호인 신문도 진행하지 않고 한 전 총리에게 자유로운 진술기회를 준 뒤 끝내는 방안 가운데 검찰이 선택하도록 제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문제는 전 검찰의 문제로 검찰총장의 지침이 필요해 오늘밤 내부결정을 한 뒤 내일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예정에 없던 1일 다시 재판을 열기로 했다.

한 전 총리의 진술거부권 행사는 지금까지의 재판으로 무죄입증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공소사실과 직접 상관없는 골프 의혹 등을 집중 제기함으로써 한 전 총리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려 할 것이 뻔해 신문에 응해봐야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도리어 실체적 진실을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켜 반드시 한 전 총리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이날 오전에는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곽씨는 "(5만 달러를 의자에 두고 나온 것은) 확실히 기억한다"며 "의자에 돈봉투를 놓을 때 한 전 총리가 바로 옆에 있었고, 못 봤을 것이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08년 11월 한 전 총리가 자서전을 쓴다며 골프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전화를 했냐"는 검찰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2009년에도 한 전 총리의 부탁으로 골프빌리지를 빌려줬다고 진술했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은 곽씨의 계속된 진술번복을 지적하며 신뢰성을 깨는 데 주력했다. 변호인은 "처음에는 3만달러를 줬다고 진술했다가 5만달러로 번복하고, 또 다른 10만달러도 줬다고 했다가 취소했는데 누명을 씌우기 위해서였냐"고 강한 어조로 물었다. 곽씨는 머뭇거리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날 재판부는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곽씨가 28일 방영된 MBC '시사매거진2580'과 인터뷰를 한 사실을 이유로 4월 5일까지인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단축, 1일 재수감토록 했다. 곽씨는 재판부에 울며 애원했지만, 결정을 돌이킬 순 없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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