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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름값 못하는 검찰 '특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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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름값 못하는 검찰 '특수부'

입력
2010.04.0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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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얼마 전 난생 처음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것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수사관들이 들이닥친 것이었다. 당황한 A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다가 주변의 조언에 따라 변호사를 선임키로 했다. 물색 끝에 담당 부장검사와 친하다는 모 변호사를 찾았다. 자신의 혐의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A씨는 변호사를 통해 압수수색의 내막이라도 우선 알고 싶었다.

A씨는 며칠 뒤 검찰에 불려간 뒤에냐 자신이 단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까지 이러한 사실조차 몰랐던 변호사는 A씨 조사에 입회(동석)하겠다고 동행했다가 "참고인 조사에 무슨 입회냐"는 검찰의 면박만 당한 채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A씨가 그 변호사에게 지불한 수임료는 무려 8,000만원이었다. 변호사가 한 일이라곤 그 뒤 몇 차례 담당 부장검사에게 전화하거나 만나 수사진행상황을 귀동냥해 의뢰인에게 전해주는 정도였다.

알고 보니 검찰이 A씨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불러 조사한 것은 A씨의 사업장 관할 구청의 비리 수사와 관련해서였다. 구청의 어린이집 위탁업체 선정 등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관내 업체들을 광범위하게 수사한 것이었다. 검찰은 A씨를 상대로 구청장의 비리를 불라고 상당한 압박을 했다. 결국 타깃은 A씨가 아니라 구청(장)이었던 것이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검찰 주변에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당 구청장이 3선에 도전하자 그를 주저앉히기 위해 검찰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파다했다. 하지만 두 달 넘게 진행된 이 수사는 구청장 수행비서 한 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결국 A씨는 별다른 혐의도 없이 검찰 조사를 받고 거액의 변호사 비용만 날리게 됐다.

수사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도 불거졌다. 임신 9주의 구청 여직원이 참고인 조사를 받고 돌아간 뒤 유산을 해 강압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임신부인 것을 고려해 문을 열어놓고 아버지가 출입문 옆 휴게실에서 대기한 상태에서 조사했다"고 했다. 하지만 딸에 앞서 조사를 받고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아버지는 "안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딸이 울면서 나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가 미리 딸이 예민한 상태라고 알렸지만 조사가 그대로 진행됐다고 한다.

A씨와 여직원이 치른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감안하면 이 사건 수사결과는 참으로 민망한 수준이다. 정예 수사통들이 모여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결과다.

이 같은 무리한 수사의 원인을 검찰의 물갈이 인사와 연결해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 정권 들어 특수통보다 공안통이 중용되고, 특수부에 상대적으로 수사경험이 적은 검사들이 배치된 결과라는 것이다. 수사력은 떨어졌는데 과욕을 부리다 보니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서도 검찰은 수세에 몰려 있다. 수사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에만 너무 의존한 결과라는 지적이 설득력 있다. 법정에서 진술이 달라질 것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죄 판결이 날 경우 검찰은 또 한번 신뢰에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수사는 환부를 수술하듯 정교하고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검찰은 흔히 말한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수사를 보면 이러한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김상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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