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1일 신임 법관들을 향해 “법관 독립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재판을 잘 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 대한 1심 무죄 선고 등 올해 초부터 사법부의 각종 판결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던 데다, 최근 사법개혁 논의까지 진행 중인 시점에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군 법무관 출신 신임법관 52명(연수원 16기)의 임명식에서 “재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법관 개개인의 독립을 위협할 여지를 주게 되고, 끝내는 사법부의 독립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헌법에 보장된 법관 독립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며 “이는 법관이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을 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게 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 대법원장은 특히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정착된 지금도 사법권 독립을 지켜낸다는 게 얼마나 힘에 겨운 일인지 계속 경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사법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사법개혁 방안을 내놓은 정치권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관은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 일시적인 여론에 좌우돼서도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법관으로서의 인품과 실력 배양은 법관들끼리의 학술단체나 모임을 통해서도 이뤄질 수 있으나, 그런 활동이 도를 지나쳐서 법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거나 일반 국민에게 그러한 인상으로 비치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군 법무관 출신 신임 검사 22명 임관식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검사에겐 개개의 사건들 속에 숨겨진 실체적 진실을 적극 규명해야 할 엄중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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