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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구조 현장 - "투입명령 언제나…" 잠수복 대기한 채 바다만 물끄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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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구조 현장 - "투입명령 언제나…" 잠수복 대기한 채 바다만 물끄러미

입력
2010.04.0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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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어느덧 1주일째로 접어든 1일 오전 10시. 백령도 남포리 장촌포구 인근 해병대 현장 지휘소에는 '붉은 깃발'이 강풍에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출항금지'를 알리는 신호였다.

지휘소 인근 백사장에는 할 일을 잃은 상륙작전용 고무보트(IBS)들이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고 마음이 바쁜 수색ㆍ잠수요원들도 어쩔 수 없이 성난 파도만 바라보고 있었다. 백령도 사고 해역에서 기상 여건이 나아지기만을 기도하던 이들에게 하늘은 이날도 바닷길을 내주지 않았다.

함미(艦尾)의 연돌(함선의 굴뚝) 후부에 잠수사 인도색(로프)과 연돌 후부에서 좌현 출입구간 안내색 연결을 완료한 군 당국은 이날 정조(停潮)시간대에 승조원 식당까지 안내색을 잇고 선체 내부 탐색을 할 예정이었지만 기상 악화로 실패했다.

기상 조건은 전날보다 더욱 나빠졌다. 흩뿌리던 비가 오전에 그치고 짙게 낀 안개도 오후 들어 차차 걷혔지만 최고 2.5m의 높은 파도와 초속 10~14m에 이르는 강한 바람으로 실종자 수색ㆍ구조 작업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함미 부분의 유속은 5.7노트(초속2.8m)나 됐다. 중앙119구조대 관계자는 "언제든 구조작업에 투입될 수 있도록 대원들의 생활리듬까지 정조 시간대에 맞추고 있지만 기상 여건이 나아지지 않아 마음만 급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사고 해역에 투입됐던 소형 함정 일부는 인근 대청도로 피항(避港)하기도 했다. 천안함 선체인양을 위해 지난달 29일 경남 거제시 성포항에서 출발한 2,000톤급 해상크레인 '삼아2200호'도 이날 오전 사고 해역 인근 소청도 남방 2마일(3.2km) 해상까지 접근했지만 기상악화로 인해 피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독도함과 성인봉함, 광양함 등 대형 함정을 제외한 나머지 함정을 대피시켰다"며 "기상상태가 나아지면 곧바로 다시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상악화도, 기약 없는 기다림도 마지막 한 명까지 구해내겠다는 구조요원들의 각오를 다지게 할 뿐이었다. 해군 관계자는 "식사를 할 때도 잠수복을 벗지 않는다"며 "미 해군은 조류 1노트, 수심 40m 이하인 경우에만 잠수를 허용하고 있지만 그 같은 규정은 염두에 두지 않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요원들은 안전수칙 재교육 및 건강검진을 받으며 '투입 명령'만 내려지길 기다렸다.

해병대는 해상 및 주변 해안 수색작업에 주력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해상의 높은 파도와 강풍으로 IBS를 이용한 탐색 활동을 못했지만 육안으로라도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청도ㆍ소청도를 포함한 백령도 전 해안선에 대한 탐색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심한 하늘은 2일에도 대원들의 애타는 마음을 들어줄 것 같지 않다. 백령도 인근에는 2일 오전까지 초속 10~16m의 강풍이 불고 2~3m의 높은 파도가 일 것으로 보여 여전히 구조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백령도=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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