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인근에서 침몰한 천안함의 승조원들이 지난 10년 동안 충남 천안 지역의 소년소녀가장을 돕는 선행을 남몰래 해온 사실이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승조원들이 '천안함'이라는 이름으로 기부를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초. 천안함 내 식당에 모금함을 설치해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모았던 게 계기였다. 천안함 장교와 장병들은 당시 소년소녀가장인 천안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과 1년간 결연을 맺고 후원을 하기 시작해 올해 2월까지 고교생 2명과 당시 초등학생 1명을 어린이재단을 통해 후원해왔다. 매달 10만~15만원씩 지난 10년간 소년소녀가장들에게 후원한 돈만 약 614만 8,000원이다.
가장 최근의 기부는 사고가 발생하기 한 달 전인 2월11일. 승조원들은 모금함에 담긴 15만 1,000원을 어린이 재단에 전달했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천안함 대원들이 10년간 후원을 해 오면서 기부를 걸렀던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며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후원금을 전달해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써달라고 했을 것"이라고 애통해했다.
특히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교를 졸업하기 직전인 2월까지 후원을 받았던 이모(당시 11세)양은 천안함 승조원들과 서신을 주고 받으며 끈끈한 정을 최근까지도 이어왔다. 이양은 승조원들의 도움으로 고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천안에 있는 직장에 취업했다. 이양의 오빠인 이모군은 "동생을 도와주신 분들인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지금이라도 달려가 돕고 싶다"고 말했다.
김석산 어린이재단 회장은 "천안함 대원들의 후원으로 한 아동이 자립하게 된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려고 한 시점에서 사고를 접하게 돼 무척 슬프다"며 "모든 장병들이 꼭 무사 귀환할 것"이라고 믿음을 잃지 않았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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