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250호인 부산 금정구 범어사 삼층석탑을 해체한 결과 사리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황상 일제가 강점기때 훔쳐간 것으로 추정된다.
범어사는 지난 29일 오전 일제시기에 추가로 설치된 석탑 기단부를 제거하기 위해 1층 탑신 중앙의 사리공을 개봉한 결과 전통 방식의 사리함 대신 빈 유리함을 발견했다고 31일 밝혔다.
범어사측에 따르면 이 유리함은 일제강점기 때 발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의 한 신문에 싸여 있었고, 내부에 종이 부스러기가 남아있었으나 내용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패된 상태였다.
유리함은 또 사리홈에 제대로 맞지 않게 비스듬히 놓여져 있었고 외부는 시멘트를 발라놓아 누군가가 사리를 봉안한 장엄구(莊嚴具) 등을 빼낸 뒤 무성의하게 마무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1930년대 일제가 삼층석탑에 기단부를 증축하는 과정에서 1층 탑신에 있던 사리함과 불상 등을 빼돌린 뒤 유리함을 넣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범어사 성보박물관 전지연 학예사는 "석탑이 축조된 9세기 무렵은 불교가 통일신라의 국교로 추앙 받던 시기여서 사리함에는 문화재 가치가 높은 유물이 보관돼 있었을 것"이라며 "일제가 석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범어사 석탑과 같은 시기에 건립된 다른 석탑에서는 정교한 문양의 사리함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일제는 범어사 석탑을 훼손한 뒤 사리함 대신 시중에서 팔렸던 공산품을 갖다 넣는 무례를 범했다"고 분개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