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락 프로그램의 이슈 중 하나는 '복귀'다.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은 김종민이 공익근무를 마치자 그를 촬영 현장으로 끌고 가 '예능 적응 훈련'을 시켰고, MBC '무한도전'도 복귀한 하하의 방송 적응을 돕는 '예능의 신'을 방송했다. 노유민과 천명훈도 여러 오락 프로그램을 돌며 자신들의 복귀를 홍보했다.
군복무를 마친 연예인들의 복귀가 그 자체로 이벤트가 되는 건 과거와 다른 시청자들의 태도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시청자의 입장에 있던 하하는 '무한도전' 출연자들에게 "박명수는 유재석 없으면 안 돼" "(정준하가) '무한도전'하고 다른 프로그램하고 다른 게 뭐가 있나요"같은 말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대신 전달했고, 반대로 "돌아오려면 달라져서 돌아오라"는 인터넷 게시판의 반응을 듣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신랄하게 오락 프로그램을 매회 평가하고, 출연자들은 작은 행동 하나로 천국과 지옥이 갈린다. 정준하는 '무한도전'의 '식객'편에서 자신을 가르치던 요리사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무한도전'과 '1박 2일'이 하하와 김종민을 위한 에피소드를 마련한 건 그들에게 시청자의 양해를 구하는 '초보운전' 딱지를 붙여준 셈이다.
특히 하하의 복귀를 통해 프로그램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돌아보고, 그들 스스로 쌓은 예능 프로그램의 법칙들을 정리한 '무한도전'의 센스는 발군이다. 하하가 "옛날처럼 단순하게 물 공에 헤딩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만큼, 그들은 2년 사이 시청자들의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진화했다.
그래서 지금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은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가장 마니아적이다. 누구나 "재미있다", "재미없다"를 말할 수 있는 오락 프로그램이 한국 특유의 인터넷 문화와 만나면서 엄청난 시청자들이 특정 오락 프로그램을 계속 평가하고, 제작진이 이를 반영하며 장르 전체의 질을 올렸다. 이는 기존의 창작자와 미디어 사이에서는 존재할 수 없었던 방식의 진화다.
단 2년만 지나도 인기 연예인들이 고정 프로그램 하나 따기 힘들고, 제작진들은 매주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에 대해 고민한다. 정도는 다르지만 드라마와 음악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예능 프로그램의 변화를 못 따라가는 복귀 연예인들처럼 우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대중문화, 특히 TV의 급격한 진화를 목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만, 2년간 의무를 다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 약간의 관용을 베풀면 더욱 좋겠지만.
대중문화 평론가 lennonej@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