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색 인천해양경찰서 고속단정(구명보트)이 붉은빛 비상등을 켜고 천안함 함수(艦首)에 접근한다. 한밤중 바닷물이 요동치며 고속단정은 전후좌우로 정신 없이 흔들린다.
조타실과 포탑 위에 모여 있던 천안함 승조원들이 인천해경 구조대원으로부터 구명조끼를 지급받은 뒤 고속단정으로 건너 탄다. 곧이어 고속단정은 갑판을 떠나 모함인 인천해경 경비함정 501함으로 향한다. 해군함정 4척이 고속단정의 물길을 따라 서치라이트를 비춘다.
30일 해양경찰청이 처음으로 공개한 26일 천안함 침몰 당시 구조 모습이다. 이 동영상은 오후 9시 33분께 해군 구조 요청을 받고 10시 15분께 현장에 도착한 501함이 촬영한 것이다. 이때까지 천안함은 뒤집히지 않은 상태.
동영상에서 천안함 승조원 일부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만 대부분은 작업복이나 근무복만 입고 있었다. 사고 시간대는 사병들이 식당에서 간식을 먹거나 침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여서 이런 복장이 많았던 것으로 보이다.
동영상이 공개되며 해군의 당시 역할에도 논란도 다시 일고 있다. 동영상에서 인천해경 고속단정이 활발히 구조 작업을 벌이는 동안 해군 함정들은 고속단정과 천안함 주변에 서치라이트만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급박한 상황에서도 부상자부터 후송하는 군인 정신은 지켜졌다. 또 승조원들은 고속단정에 오를 때 차근차근 차례를 지켰다. 501함 고영재 함장은 30일 인천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차 구조가 시작된 지 30분 만에 천안함 함수 대부분이 가라앉을 만큼 상황이 긴박했다"며 "구조 당시 피를 흘리는 승조원이 있었으나 심한 정도는 아니었고, 대부분의 승조원은 침착했다"고 말했다.
501함과 고속단정 2척은 이날 52분 동안 5차례에 걸친 탐색 작업을 펼쳐 56명을 구조했다.
한편 고 함장은 '천안함장이 생존자가 없다고 발언해 구조 활동을 중단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천안함장은 더 이상 생존자가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며, 가장 마지막으로 구조됐다"고 밝혔다. 고 함장은 이어 '사고 해역에서 한미독수리훈련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전달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구조된 승조원들이 천안함을 빠져 나오지 못한 전우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김청환 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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