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닷새째를 맞은 30일에도 사고 원인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으면서 갖가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고 있다. 두 동강이 난 선체가 뒤늦게 발견돼 일부 의문은 풀렸지만 핵심 쟁점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 사고 발생 시각은 언제?
합참은 처음 사고 발생 시각을 26일 오후 9시45분으로 발표했다가 이튿날인 27일 국회 보고는 오후 9시30분으로 정정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에서 다시 9시25분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공식적인 시각은 9시30분”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천안함 함장이 사고 발생 직후 휴대폰으로 2함대사령부에 보고한 시간이 기록돼 있을 텐데도 사고 발생 시각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양경찰청은 28일 보도자료에서 사고발생 시각을 오후 9시15분으로 적시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실종자 중 한 명이 당일 밤 여자친구와 32분 간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 오후 9시16분께 갑자기 중단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렇지만 군은 아직까지 사고 발생시각(오후 9시30분)을 제외한 당일 밤 긴박했던 시간대별 상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2. 함미 위치 이미 알고 있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에서 “천안함 함미(艦尾)의 위치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함미는 대다수 실종자들이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군은 사고 이틀 만인 28일 밤 기뢰탐색함으로 함미 추정 물체를 발견한 바 있다. 침몰지점에서부터 불과 180m 떨어진 해역이었다. 김 장관의 말대로라면 군은 함미의 위치를 알면서도 이틀을 허비한 셈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의 말은 사고가 발생한 대략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의미이고,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3. 함미 발견한 건 어선? 해군?
당초 28일 오후 군 당국이 찾고 있던 함미를 발견하는 데는 탐색ㆍ구조작업을 지원하던 민간 어선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군은 30일 “(결정적 도움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이날 “어선이 어군탐지기로 식별한 게 천안함의 함미로 잘못 알려져 있다”며 “어선의 제보를 받고 기뢰탐색함인 옹진함이 최종 확인을 했으나 과거 침몰한 어선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군탐지기에 천안함 함미 근처의 침몰 어선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도움을 준 것은 맞다”며 “다만 함미는 옹진함의 음파탐지기에 의해 발견됐다는 것이 군의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4. 그날 밤 미상 물체는 정말 새 떼?
천안함이 침몰한 직후인 26일 밤 11시께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속초함이 약 5분 간 76㎜ 함포를 발사한 상황도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합참은 “당초 미상 물체로 파악됐지만 이후 분석 과정에서 새 떼로 판단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새 떼를 향해 초계함이 함포를 발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의문이 불거졌다. 천안함을 공격하고 돌아가던 북한의 반잠수정 등이 포착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은 30일 다시 한 번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이 처장은 “레이더 상에 뭔가 빠른 게 북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일 우리(천안함)에게 피해를 입힌 실체라면 자위권에 의해 대응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후 분석해 보니 수상함이나 항공기로 볼 수 없어 새 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천안함이 원인 미상의 폭발과 함께 침몰하는 등 급박했던 상황에서 취해진 자위권적 대응이었다는 것이다.
5. 교신 내용 공개 왜 못 하나?
사고 당시 상황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이 부상하면서 사고 전후 천안함과 해군2함대 사령부 사이에 이뤄진 교신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천안함이 그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사고 당시 천안함은 어떤 상황이었는지 등을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함장이 보고했다는 최초 휴대폰 통화 내용, 이후 정전 시 가동하는 통신기로 보고한 내용 등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교신일지는 일종의 작전 상황일지로, 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부분의 작전상황일지는 비문(비밀문서)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6. 북한은 왜 침묵할까!
북한은 사고 발생 닷새째를 맞은 30일까지도 천안함 침몰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남한 언론들이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아무 관련 없는 우리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식의 비난이 나옴직하다는 것이다. 남한 소식을 전할 경우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지금쯤이면 사실 보도 정도는 나올 때도 됐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사고에서 마냥 비켜서 있을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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