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불황 속에 건설업계가 눈높이를 낮추기 시작했다. 비싼 분양가는 내리고, 수요층 타깃도 고소득층에서 일반 대중 수준으로 낮추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던 주택ㆍ상가의 공급가격은 내려가고, 특정 고소득 수요층을 상대로 한 고가의 분양 상품들도 잇따라 실속형 부동산 상품으로 대체되는 등 부동산 시장 흐름도 본격적으로 바뀌어가는 모습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계룡건설은 다음달 1일부터 청약에 들어가는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 아파트 분양가를 지난해 같은 지역에 공급한 경쟁 건설회사보다 3.3㎡ 당 30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분양에 들어간다. 100㎡ 짜리 아파트와 비교하면 분양가가 1,000만원 가량 낮아지는 셈. 가격경쟁의 무풍지대였던 건설업계에도 이른바 '할인경쟁'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가격 세일'에는 상가들까지도 동참하고 있다. 3.3㎡ 당 억대를 호가하던 시절은 이젠 옛말. 내수경기 침체 탓에 상가 공실이 늘어나면서 콧대 높던 상가분양가도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최근 분양을 시작한 경기 판교신도시 근린상가 '마크시티'는 주변 분당지역 상가 시세의 절반수준인 3.3㎡ 당 850만~4,690만원에 신규 공급에 나서며 분양몰이에 나섰다. 가장 비싸다는 1층 점포를 기준으로 분당 상업지역내 상가시설이 3.3㎡ 당 8.000만~9,000만원 이상 나가는 점을 감안하면 이곳 상가에서 최고 비싼 1층 점포도 분당 상가 1층 점포의 절반 수준에서 분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수십억원대를 넘어서는, 대형 및 고급형 일색이던 타운하우스도 더 이상 고소득 특정계층만을 위한 주택상품이 아니다. 중저가의 실속형 타운하우스가 잇따라 선보이면서 이제 일반인들도 수도권 타운하우스를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성지건설은 기존 타운하우스보다 분양가를 대폭 내린 실속형 타운하우스를 오는 4월에 공급할 예정이다. 경기 양평군 조현리에 들어서는 이 타운하우스는 분양가가 4억~5억원선에 맞춰져, 고소득이 아닌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주말 세컨드하우스나 전원주택 등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3㎡ 당 분양가는 890만원 선으로, 같은 지역에 위치한 타 고급 타운하우스와 비교해도 3.3㎡ 당 분양가가 30~40% 가량 낮은 편이다.
경기 가평군 달전지구에서도 4억~5억원대의 합리적 가격의 타운하우스 단지(면적 5만9,845㎡)가 올 하반기께 공급될 예정이다. 경기도시공사가 조성 중인 이 곳은 단독주택 20가구, 공동주택 120가구 등 총 140가구로 구성된 저밀도 전원형 단지로 건설될 계획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될수록 높은 수익을 노린 투자보다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수요자가 늘어나는 쪽으로 시장구조가 재편된다"며 "특히 주택시장의 경우 보금자리주택과 같이 저렴한 분양가 경쟁력을 앞세운 공공주도의 물량이 증가하면서, 민간 건설업계도 수요창출을 위해 스스로 눈높이를 낮춰 싸게 팔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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