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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10> 성취욕과 부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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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10> 성취욕과 부담감

입력
2010.03.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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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학생이 있다. 한명은 시험이 다가오면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강하게 느낀다. 그래서 마지못해 공부를 한다. 다른 학생은 마음속에 무언가 이루려는 열망이 있다. 그래서 시험과 상관없이 꾸준히 노력한다. 이들 중 어느 학생의 성적이 좋을까.

스스로 목표를 정하면 성취욕이 생기지만, 외부에서 압력을 받으면 부담감이 된다. 하고 싶은 마음은 약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공부는 대부분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반면 공부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되면 성취욕이 강하게 자극된다. 부담감을 느끼는 것에 비례해 성취욕은 그만큼 약해진다. 자율을 인정하면 성취욕이, 통제하면 부담감이 커진다. 비교하면 부담감이, 스스로 정한 목표에 집중하면 성취욕이 솟구친다.

자녀가 지금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현실의 치열한 경쟁 분위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편입되면 그들에게 성취욕보다는 부담을 주는 쪽으로 내몰게 된다. 자녀에게 맞는 개인별 성취욕구가 아닌 사회적으로 공인된 엘리트 코스에 대한 환상을 강요하게 된다는 뜻이다. 개인의 능력계발과 성장이라는 관점없이 그저 눈에 보이는 성적을 갖고 부모들끼리 대리전을 치루는 것은 부담감만 가중시킬 뿐이다.

성취욕을 자각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린다. 처음에는 미약하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들이 처음부터 강한 효과를 발휘하는 부담감을 무기로 자녀를 압박한다. 그래야 자녀가 공부를 잘하게 될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공부는 부담감이 아니라 성취욕의 대상이 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자녀를 성적에 대한 압박에서 해방시키자.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공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공부가 성장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머릿 속에 자리 잡도록 도와주자.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존재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서 공부는 필요하다. 또 효용가치가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본래 인간은 성취 지향적이다. 부담감을 줘야 움직이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성취욕은 어린이들의 지적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는 아이들의 노력은 지칠 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지적 호기심 충족을 통한 자기 성장이 오염되기 시작한다.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혹은 학생으로서의 의무감이 부각된다. 아직 해소하지 못한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다.

자신의 관심과 준비 정도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성취욕이 부담감으로 오염되지 않는다. 획일적인 평가 결과를 갖고 비교하지 않아도 성취욕을 보호할 수 있다. 우선 성적에 대한 압박과 부담감을 줄여주는 것부터 시작하자. 생각없이 그저 시험 때가 되면 부담감이 커지고, 그래서 반사적으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공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배려하자. 자녀 스스로 왜 공부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여유를 주자.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녀의 성취욕은 힘차게 살아날 것이다.

깊은 잠에 빠진 성취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부 목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공부가 아니다. 성적을 더 좋게 얻기 위한 공부도 아니다. 자신의 성장을 위한 공부가 돼야 한다. 육체의 성장 못지않게 정신의 성장을, 정신의 성장 못지않게 지적 성장이 성공적이고 행복한 인생을 가꾸는데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키워야 한다.

공부를 많이 하기 보다는 효과적으로, 많은 진도를 소화하기보다는 잘 기억해서 활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부담감으로 하는 공부는 질이 낮다. 공부를 마친 후에도 정서적인 보상은커녕 불안감만 커진다. 하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면 효과가 좋을 뿐 아니라,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재차 말하지만 무엇을, 왜 배우는지 부모가 알아야 한다. 자녀에게서 좋은 성적을 원할 것이 아니라 의미있는 배움의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데 주력하자. 교과서에 단원별로 실려 있는 학습목표를 두고 진지하게 자녀와 대화해 보는 것이 좋다.

‘학생이니까’ ‘원래 공부는 그런 것이니까’ ‘부모인 나도 그렇게 공부했으니까’하는 생각은 오래된 고름과 같다. 더는 주저하지 말고 빨리 짜내자. 그런 공부는 올바른 두뇌활동이 아니다. 재미없고 의미없는, 그저 부담감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공부하는 과정에서 두뇌는 서서히 망가져 간다.

처음에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왔다. 여러분은 부담감이 아니라 자녀의 성취욕을 진정으로 자극해주고 있는가.

비상교육공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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