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결정전을 향한 건곤일척의 승부를 앞두고 있는 두 지략가의 속내는 뭘까.
현역시절 ‘컴퓨터 세터’로 명성을 날린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과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프로배구 V리그를 대표하는 지략가다. 이들이 30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2009~10 시즌 NH농협 포스트시즌 기자회견장에서 만나 31일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오프(PO)에 대한 출사표를 던졌다.
‘승리’가 당연한 목표였지만 두 사령탑은 상대를 띄우는 발언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김 감독이 “대한항공은 지난해와 다른 팀이다. 호각세를 이룰 것”이라고 하자 신 감독은 “현대캐피탈이 한 수 위인 점은 분명하다”며 한 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다. ‘돌 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말처럼 상대를 견제하며 조심스러워하는 태도가 역력했다.
하지만 두 감독은 미디어데이가 끝난 뒤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는 상대에 대한 필승 해법을 넌지시 던졌다. 신 감독은 “재미있는 경기가 될 거예요. 한번 보세요”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현대캐피탈은 리그에서 용병 헤르난데스와 박철우를 번갈아 가면서 라이트로 기용했다. 그러나 신 감독의 예상은 달랐다.
그는 “현대캐피탈 레프트가 부진하기 때문에 헤르난데스가 레프트, 박철우가 라이트로 나오는 공격 조합까지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박철우의 활용법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역대로 대한항공은 PO에서 박철우를 막지 못해 번번이 챔프전 길목에서 무너졌다. 따라서 신 감독은 대한항공만 만나면 신바람을 내는 박철우의 방어 대비책에 초점을 맞췄다.
김 감독은 ‘경험과 노련미’에서의 우위를 내세워 승리를 자신했다. 2005년 V리그 출범 후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팀을 챔프전에 진출시켰던 김 감독은 “대한항공은 주전 센터진이 부상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력이 약해졌다. 또 공격의 축인 레안드로 역시 삼성화재 시절보다 파워면에서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올해는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파워프로그램을 소화하는 대신 휴식을 택했다. 우리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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