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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한주호 준위 "한명이라도… 내가 베테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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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한주호 준위 "한명이라도… 내가 베테랑이니…"

입력
2010.03.3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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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해 백령도 해상 천안함 침몰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펼치던 한주호(53ㆍ준사관 41기) 준위의 순직 비보가 전해진 수색 현장은 비통한 눈물의 바다로 변했다. 한 해군 관계자는 "정말 몸을 아끼지 않았고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동료들을 다독이던 분이셨는데 어떻게…"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한 준위는 1976년부터 해군 특수전 여단인 UDT 대원으로 근무해왔다. 75년 하사로 임명돼 군 생활을 시작했고, 다음해부터 35년간 줄곧 UDT 여단을 떠난 적이 없다. UDT 교육 훈련대에서 교관으로만 꼬박 18년을 근무했다.

한 준위는 지난해 3월 청해부대 소속으로 소말리아 파병을 자원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문무대왕함에 승선한 장병 중 최고령이었다. 그는 소말리아 해역에서 선박 호송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출항을 앞두고 해군 공보잡지인 <해군> 과의 인터뷰에서 "군인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임무이니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개인적으로 체력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 준위는 이번 천안함 실종자 구조 작업에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26일 천안함 사고 직후 부대에 소집돼 27일 새벽 백령도로 급히 파견된 그는 찬 바다에 빠진 후배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해보겠다며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29일 함수 침몰 위치를 표시하기 위한 부이 설치 작업 때도 한 준위는 "내가 경험이 많고 베테랑이니 직접 들어가겠다"며 자원하고 나섰다. 30일에는 함수 부분에서 선체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데 필요한 인도용 밧줄을 설치하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구조작업 도중 이날 오후 4시40분께 실신했고, 미군 함정 살보함에서 치료를 받다가 기력을 찾지 못하고 오후 5시께 끝내 숨을 거뒀다.

한 준위의 순직 소식에 동료들은 애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와 함께 소말리아에 파견됐던 해군작전사령부 최용수 대위는 한 준위에 대해 "50세가 넘은 나이에도 실전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청해부대 1진에 자원했다"며 "군인을 천직으로 여기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도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항상 주변에게 모범이 되는 군인이었다"고 전했다.

한 준위의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30일 오후 경남 진해시의 자택에서 비보를 접한 부인 김말순(56)씨는 "남편이 일요일(28일) 올라갈 때 얼굴도 보지 못했다"며 통곡했다. 김씨는 "어제 두 번 전화를 했는데 남편이 '배에 들어갔다. 바쁘니까 내일 전화할게'라고 말한 것이 마지막이 됐다"며 눈물을 쏟았다. 유족은 부인 김씨와 1남1녀가 있다. 아들 한상기(25ㆍ학군 46기)씨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육군 중위로 복무 중이다.

한 준위의 시신은 헬기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될 빈소로 옮겨질 예정이다.

백령도=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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