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을 보는 것 같다."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건설업자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구청장의 부인에게 최근 무죄가 선고되자 재판과정을 지켜본 한 방청객이 내뱉은 말이다. 한 전 총리 사건처럼 진술의 신빙성만으로 금품수수 여부를 따지는 뇌물사건인 데다 금품 제공자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한 것까지 유사한 점이 많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창석)는 26일 공영주차장 사업 인허가를 해주겠다며 구청장 수행비서를 통해 업자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취득)로 기소된 박윤배 인천 부평구청장의 부인 손모(56)씨에게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행비서 임모씨가 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돈이 손씨에게 전달됐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돈이 손씨에게 전달됐다 하더라도 임씨의 신빙성 없는 진술을 제외하면 손씨가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돈을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손씨가 일관되게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재판부는 금품을 제공했다는 임씨 진술의 신빙성만으로 유ㆍ무죄를 판단해야 했다. 임씨는 검찰조사 초기만 해도 자신이 받은 2억원은 손씨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빌린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후 2009년 4월 검찰조사에서는 손씨에게 전달하려고 돈을 받았고 실제로 전달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손씨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게 된 결정적 증거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임씨는 개인적으로 빌린 돈이라고 말을 또 바꿨다. 검찰은 임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계속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 때 임씨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했다. 손씨에게 무죄가 선고된다면 임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될 수 있기 때문에 적용혐의를 바꾸라는 재판부의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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