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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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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사랑은

입력
2010.03.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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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거라잖아.

나무뿌리로, 잎사귀로, 그리하여 기진맥진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마른 입맞춤.

그게 아니면 속으로만 꽃 피는 무화과처럼

당신 몸속에서 오래도록 저물어가는 일.

그것도 아니면

꽃잎 위에 새겨진 무늬를 따라 꽃잎의 아랫입술을 열고 온몸을 부드럽게 집어넣는 일. 그리하여 당신 가슴이 안쪽으로부터 데워지길 기다려 당신의 푸르렀던 한 생애를 낱낱이 기억하는 일.

또 그것도 아니라면

알 전구 방방마다 피워놓고

팔베개에 당신을 누이고 그 푸른 이마를 만져보는 일.

아니라고? 그것도 아니라고?

사랑한다는 건 서로를 먹는 일이야

뾰족한 돌과 반달 모양의 뼈로 만든 칼 하나를

당신의 가슴에 깊숙이 박아놓는 일이지

붉고 깊게 파인 눈으로

당신을 삼키는 일.

그리하여 다시 당신을 낳는 일이지.

● 10초 안에 시를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비록 제가 시인은 아니지만) 가르쳐드리죠. 먼저 주제를 정하세요. 사랑도 좋고, 눈물도 좋고, 이별도 좋아요. 고등어도 좋고 햄버거도 좋고 샐비어도 좋아요. 우린 어떤 것이든 시로 쓸 수 있으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비록 제가 시인은 아니지만). 그 다음에는 그것에 대해서 쓰세요. 고등어를 먹는 저녁은 행복하다고 쓰세요. 그런 것도 시라는 걸 말씀드립니다(비록 제가 시인은 아니지만). 하지만 그 다음 줄에는 이렇게 쓰세요. “그게 아니라면”. 방금 쓴 문장 말고 다르게 고등어에 대해서 써보세요. 그게 무엇이든 썼다면 그 밑에 다시 이렇게 쓰세요. “그게 아니라면”. 다르게 계속 고등어에 대해서 쓰는 일, 그게 바로 시랍니다. 믿어주세요(비록 제가 시인은 아니지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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