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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시속 7.4km 급물살·한치앞 안보이는 視界 '최악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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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시속 7.4km 급물살·한치앞 안보이는 視界 '최악 상황'

입력
2010.03.3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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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난구조대(SSU)와 해군특수전여단(UDT) 대원들을 동원해 세 차례 이상 구조작업을 펼쳤지만 성과가 없었습니다."

천안함 침몰 사고 닷새째인 30일 해군본부 정훈공보실 임명수 소령은 "조류가 거세고 시정(視程)이 나빠 (구조작업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승조원들의 생존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실종자 가족들의 애끊는 심정을 생각하면 마음은 급하지만 구조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실종자 가족들만큼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구조작업을 진행하는 군 당국도 애를 태우고 있다.

천안함 사고 실종자들의 최대 생존가능시간(침몰 이후 69시간으로 추정)이 훌쩍 지났지만 함미(艦尾) 선체 진입에도 실패하는 등 실종자 구조작업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실종자 구조작업의 가장 큰 장애물은 빠른 조류다. 이날은 조수간만의 차가 최고조에 이르는 사리여서 백령도 인근 해역의 유속이 3~4노트(Knotㆍ시속 5.5~7.4km)에 달했다. 이날 오전 옹진군청 소속 행정선 '인천 526호'를 타고 광양함을 방문, 구조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군 장병에게 위문품을 전달하려던 박상은 한나라당 국회의원ㆍ이상철 인천시의회 운영위원장ㆍ조윤길 옹진군수 등 일행은 빠른 물살로 접안을 할 수 없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실제 구조현장의 독도함과 광양함 주변에서는 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한 잠수요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함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이 위원장은 "수면에서 물 흐름이 초속 4~5m정도면 수심 아래로 갈수록 3~5배까지 빨라진다"며 "잠수요원들이 현실적으로 구조작업을 거의 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난구조대 송무진 중령은 이에 대해 "태풍이 부는 빌딩 위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자칫 잘못하다 조류에 휩쓸릴 경우 전문 잠수요원이라 해도 눈깜짝할 사이 수백m나 떠밀려가 조난을 당할 수 있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천안함 함미의 위치와 가라앉아 있는 모양새도 잠수요원들의 선체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수심 20m의 깊이에 있는 함수와 달리 함미는 현재 수면45m 아래 바닥에 왼쪽으로 90도 기울어진 채 가라앉아 있다. 이에 따라 선체 복도 부분이 뻘에 박혀 있어 잠수요원들이 구조작업 이동로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고 당시 충격으로 출입문이 뒤틀려 있고 선체에 격실(隔室)이 워낙 많다 보니 이를 뚫고 지나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 구조작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선체 진입에 성공하더라도 생존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밀폐된 격실 출입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해저 45m에서는 3~4기압에 해당하는 수압이 작용하고 있어 선체가 공기로 차있으면 격실 내외의 압력 차로 인해 문을 열 수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격실 외벽에 구멍을 뚫어 진입하는 방법도 가정해 볼 수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구멍을 뚫으면 엄청난 압력으로 바닷물이 격실 내로 밀려 들어갈 수 있고 의식을 잃은 생존자들이 있을 경우 되레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선체를 뚫고 들어갈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뒤 "내부 진입 자체가 매우 힘든 상황인데 잠수요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출입구를 찾아 들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은 이날 오후 수면의 부이(부표)에서부터 천안함 함미 외부 출입구를 연결하는 큰 로프를 묶는 작업을 시도했다. 빠른 조류를 극복하고 잠수요원들이 로프를 타고 직접 선체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서다.

임 소령은 "기존에 부이와 연결한 로프는 얇아서 연결 자체에 의의를 뒀지만 더 굵은 연결 로프는 조류가 세더라도 들어갈 수 있도록 진입로를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로프를 아무 곳에나 연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군은 이날까지 연결할 만한 외부 출입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시 하루가 지나면서 실종자 가족들과 군 당국의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백령도=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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