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다.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려 하고, 학생들은 배우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단순히 윽박지르거나 맹목적으로 반항하진 않는다. 서로의 입장을 정교한 논리로 내세우며 불꽃 튀는 설전을 벌인다. 체벌과 이에 맞서는 과격한 집단행동은 없지만 교실엔 일촉즉발의 긴박감이 흐른다. 한국에서라면 꿈도 못 꿀 장면들의 연속이다.
학기초 프랑스어 선생 마랭(프랑수아 베고도)은 떠들며 수업을 지연시키는 아이들에게 비수 같은 말을 던지며 기선을 잡으려 한다. "한 시간 수업에 15분이면 얼마만큼인지 아니?… 일주일이면 25시간, 일년이면 30주의 시간이야." 침묵을 지키던 학생들 사이에서 한 명이 불쑥 반격에 나선다. "8시 30분에 시작해서 9시 25분에 끝나는 건 한 시간이 아닌데요." 잘못된 사실을 근거로 자신들을 설득하려 하지 말라는 것. 아마 한국 같으면 분노가 실린 분필이라도 날아갔을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마랭은 바로 꼬리 내린다. "말이 그렇다는 거야."
수업의 대부분은 이런 식. 화가 치민 마랭이 "입 다물고 책 읽어라"고 구박하면 학생은 "어떻게 입을 닫고 책을 읽느냐"며 대꾸한다. 수업을 끝낸 교사들은 교무실에서 분노를 터트리기 일쑤다. 그러나 참 믿기 어렵게도 교사들은 사사로운 감정을 교실에서 발산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한폭탄과도 같은 감정을 억누르며 그저 그들의 밥벌이인 교육을 수행하려 할 뿐이다. 아이들이 그런 노력을 알아주든 말든.
그렇다고 업무로서의 교육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사들은 한 중국학생의 어머니가 불법체류자로 끌려가자 추방은 하지 말아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교실을 박차고 나간 학생이 사회의 낙오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스승과 제자로서의 교감까진 아니어도 교사와 학생들은 서로를 향한 인간적인 면모까지 잃진 않는다.
학교를 희망의 상징으로도, 절망의 표식으로도 읽지 않는 객관적인 카메라가 믿음직스러운 영화다. 학교 공부에 대해서까지 토론하고 서로 설득하려는 이 영화 속 교사와 학생들처럼 영화는 학교라는 존재에 대해 한번 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하는 듯하다. 교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한정된 이야기이지만 자신들의 주장을 스스럼 없이 말하는 학생들 때문에 예측불허의 긴장감이 넘친다. 특히 단 한번의 감정폭발로 예기치 않던 위기에 놓인 교사와 한 학생의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한국 학생이라면 부러워할 만하고, 일부 교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만한 영화. 2008년 칸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박수 받아 마땅하고, 상을 받아 마땅한 수작이다. 감독 로랑 캉테. 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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