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경영계와 노동계가 성과 공유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노동계에선 지난해 못 올린 임금을 보전 받겠다며 억눌렸던 임금 인상 욕구를 한꺼번에 분출하는 분위기이다.
한국노총은 올해 정규직 임금을 9.5%, 민주노총은 9.2% 올려줄 것을 각각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대기업의 호실적은 노동계가 임금 삭감ㆍ동결을 감수하며 노사관계 안정에 적극 협력했던 결과이므로, 올해는 반드시 성과를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임금 동결을 업계에 권고하고 나섰다. 올들어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고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대기업들이 지난해 예상 외로 좋은 실적을 거둔 데는 노조의 협력과 함께 환율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환율에 크게 좌우되는 상황에서 최근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해 많은 수익을 낸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계속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는 현 정부 들어 노조의 힘이 약해지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 이윤을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과 고용 확대를 통해 가계로 돌려줘야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노동계도 임금인상 요구 수준을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고임금과 단체협약을 통한 고용 과보호는 비정규직, 파견직 등 근로빈곤층을 양산하는 주원인 중 하나다. 임금 인상률을 양보하는 대신, 신규 채용을 늘리고 하청 중소기업을 지원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금속노조가 지난해 현대ㆍ기아차 순이익이 늘어난 만큼 정규직 신규 채용을 늘리고 협력업체 지원을 확대하자고 제안한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 이윤이 기술혁신과 연구ㆍ개발(R&D) 투자, 고용 확대로 이어져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기여하는 게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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