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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사진 속의 시간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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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사진 속의 시간은 영원하다

입력
2010.03.2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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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진해가 거대 창원시로 통합되기 전에 진해의 옛 사진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발품을 팔고 있다. 시청을 찾아갔고 오랜 역사를 가진 지역신문사 자료조사실을 찾아갔다. 여동생이 가지고 있는 우리 가족의 옛날 사진까지, 꼭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빌려왔다.

지금은 365계단으로 유명한 '진해 탑산'에 일본군이 러시아 함대를 침몰시킨 승전탑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탑을 사진으로 보았다. 원형으로 생긴 탑 아래 일본군이 둘러서서 스모 시합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진해를 방문한 역사적인 기념사진이 있고, 진해는 대통령 별장이 있었기에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은 여러 장 있다.

어릴 때 동네 어른들에게서 이승만 대통령이 낚시를 하면 해군 잠수부가 물속에서 고기를 잡아서 대통령의 낚시 바늘에 매달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이 사실인지 몰라도 이 대통령이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낚시하는 사진이 있다. 어머니의 처녀 시절 사진은 지금 보니 여동생이 어머니를 빼다 박았다.

1955년 진해시로 승격되며 세운 축하 광고탑에 '역사적인 시제실시(市制實施) 7만시민 경하하자' '영원무궁 빛나리라 진해의 시제실시'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사진이 있다. 그 '영원무궁'이 불과 55년 만에 문을 닫을 줄 그때는 알고 있었을까. 시간은 사라지지만 사진 속의 시간은 영원하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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