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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실종자 가족, 정치인들에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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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실종자 가족, 정치인들에 '발끈'

입력
2010.03.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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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대책도 없이 얼굴만 내밀면 뭐 합니까.”

정치권 인사들이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내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임시 숙소를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얼굴 도장 찍기에만 급급하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28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을 방문했다가 “정치나 하지 뭐 하러 왔느냐”는 원성을 들었다. “실종자를 살려 내라”는 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정 대표는 “정부의 구조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원망하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어정쩡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도착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사람이나 더 살리지 뭐 하러 왔느냐. 선거운동 하러 온 거냐”는 핀잔에 진땀을 뺐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역시 29일 오후 늦게 숙소를 찾았지만 가족들은 “사진 찍으러 왔느냐. 카메라 앞에 서려고 왔느냐. 실종된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 배도 못 찾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또 이날 백령도를 찾은 정운찬 총리는 현지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면담하려 했지만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왔다 해도 볼 이유가 없다”고 외면당했다.

가족들의 불만 수위가 높아지자 정치인들의 즉석 약속을 하기도 했다. “민간 심해 탐사 요원들이 현장에서 군과 함께 구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 헬기를 동원해 달라”는 요구에 정 대표는 즉석에서 민간 요원 투입 및 헬기 지원을 2함대에 요청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장관) 휴대폰 번호를 알려 달라. 헬기로 가족 대표 3명이 현장 구조 작업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주문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고, 헬기 1대를 지원할 것을 2함대 관계자에게 지시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정치인의 방문이 6ㆍ2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임은 삼척 동자도 아는 일”이라며 “지금 필요한 건 말뿐인 위로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기 위한 단 한 번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평택=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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