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인 줄 알았지, 수색작업을 하는 해군들 조심하라고 연락한 거야."
어부가 암초라 여겼던 건 알고 보니 온 국민이 그토록 찾기를 갈구했던 물체였다. 해군이 이틀 넘게 최정예 대원과 첨단장비를 동원해도 찾지 못했던 천안함의 함미(艦尾)를 발견하는데 결정적인 제보를 한 것이다. 그는 실종자 구조작업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고 출항했다가 귀중한 발견을 했다.
연성호 최치호(61) 선장은 백령도 남3리의 어촌계장이다. 그와 동료 어민 3명은 28일 오후 1시30분께 연성호를 타고 사고해역 인근으로 나갔다. 직접 실종자를 찾을 순 없겠지만 고생하는 군인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려는 생각에서였다.
출항 25분 가량 뒤 물고기떼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어군탐지기에 이상물체가 걸렸다는 신호가 들어왔다. 최 선장은 그저 암초인줄 알았다. 덩치가 큰 군함들이 자칫 걸려 사고라도 당할까 봐 걱정했던 그는 해군에게 "암초일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곧바로 연락했다. 평소에도 이곳 물길을 잘 알아 해군 등에 항해 조언을 했던 터라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군의 대대적인 수색작업에도 위치확인이 안됐던 천안함의 뒷부분이었다. 최 선장은 뒤늦게 그 사실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귀항 후 주변사람들에게 "특별한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대단한 발견을 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전해들은 뒤에야 기뻐했다.
같은 마을의 이웃 고춘자(46)씨는 "어촌계장을 맡은 지 1년 정도 됐는데 마을이 일이 있을 때마다 앞장서서 도왔다"고 말했다. 이번 함미 발견도 최씨의 그런 성품 덕택이 아니겠냐며 최씨를 자랑스러워했다.
최 선장뿐 아니다. 섬 사람들은 천안함 침몰사고 직후 구조작업에서도 공을 세웠다. 남을 돕겠다는 갸륵한 민심(民心)이 빛을 발한 것이다.
백령도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했던 26일 밤 백령도와 대청도를 출발한 인천 옹진군 어업지도선 세 척은 3m나 되는 끔찍한 파도에 맞서 구조작업에 나섰다. 덕분에 승조원 2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특별한 구조장비 없이 오로지 사람을 살리겠다는 정성으로 이룬 성과였다.
이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들을 백령도 용기포항에 내려준 뒤 다시 사고해역으로 돌아가 27일 새벽까지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백령도 주민들은 "생계보다 생명이 더 중하다"며 조업을 잠시 미룬 채 한결같이 구조작업에 나서기를 바랐다.
백령도=김혜영 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