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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의 고난속에 큰 기회있다] <39> 신도시 그만 짓고 주거문화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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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의 고난속에 큰 기회있다] <39> 신도시 그만 짓고 주거문화 바꿔야

입력
2010.03.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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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김포 판교 동탄 용인 양주 탄현 고양 등 서울 주변에는 수많은 신도시가 뻗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계속 서울로 밀려오고 서울에서는 집을 더 지어야 한다고 해마다 신도시를 짓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50년, 100년 뒤 어떤 모습이 될지 생각하면 두려운 생각이 든다.

나는 청와대 경제수석과 건설부장관의 자리에서 일산 분당 등 5대 신도시건설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신도시는 이제 그만 지어야 한다.

우선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대였다. 서울의 가구 수와 주택수의 비율인 주택보급률이 그 때는 56%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0%를 넘어섰다. 어느 나라나 세입자가 있게 마련이므로 이를 감안하면 이제 주택문제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이다.

이 단계에서 서울의 주택문제를 해결하려면 좋은 집을 짓는 일과 나쁜 집을 헐어내는 일 등 두 가지 일을 같이 해야 한다. 지금 서울에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어서는 살 수 없는 열악한 집들이 매우 많은데 이 집들은 어느 때든 헐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도시 건설은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나쁜 집을 헐어내는 일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서울에 좋은 집을 공급하는 역할도 불리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은평 뉴타운건설과 같은 주거지역 재개발사업이다.

서울의 주택부족문제는 자녀교육과 일자리 때문에 지방으로부터 서울로 밀려오는 수도권 집중현상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녀들을 서울에서 교육시켜야만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고 서울로 올라와야만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지방에 사는 사람과 지방에 일터가 있는 사람들도 모두 서울에 집을 마련하고 서울로 모여드는 것이다.

내가 어떤 지방도시를 가본 일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어느 국가기관의 사무관이상 직원 22명중 현지에 집을 가진 사람은 두 사람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집과 가족을 서울에 두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주로 자녀교육 문제 때문이었다.

따라서 서울의 주택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이러한 비정상적인 주택수요의 근원을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그대로 두고 여기서 생기는 주택부족문제를 신도시를 계속 지어 해결하려는 것은 구멍 난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10여 년 전 5대 신도시를 지어 엄청난 아파트 물량을 쏟아 냈지만 그 약발이 미쳐 10년도 못 갔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매년 서울 주변에 신도시를 계속 지어야 한다면 장차 이 나라의 모습은 어찌 될 것인가.

또 한 가지 유의 할 점은 10년 내에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추계에 의하면 2018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하고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3%에 이르러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택수요는 줄고 주택수요 구조도 고령인구 중심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지금 계속 짓고 있는 신도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부동산 파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향후 주택정책은 국토균형발전 정책과 교육개혁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여 수도권 집중을 차단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서울에 대규모의 도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여 좋은 집을 공급하고 나쁜 집을 헐어내는 일을 해야 한다. 재개발사업의 주택품질요건을 강화하여 양질의 주택을 짓도록 하고 이러한 재개발사업이 쉽게 추진될 수 있도록 주민동의율 인하, 절차간소화, 지자체의 지원강화 등의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우리의 주거문화도 바꿔야 한다. 그 동안 한국인은 주택을 주거수단으로 보기보다는 이재수단으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집값이 너무 올라 우리 후손들은 정상적인 소득으로는 도저히 집을 살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을 시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삶의 질은 열악한 고소득 저생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층 아파트 숲이 된 서울의 주택구조에도 문제가 있다. 아파트가 낡아 노후화하면 아파트 숲은 흉물이 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서울의 주거환경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나는 세계 어디서도 서울과 같이 고층 아파트 숲으로 된 도시를 본 일이 없다. 정원을 가진 단독주택은 도시 미관이나 환경에도 좋고 또 주말에 집을 가꾸는 취미와 휴식을 제공한다.

반면 아파트는 도시환경과 미관을 해치고 아파트 거주자들은 주말이면 모두 집을 나와 교통체증을 유발하여 휴식을 가지기 어렵게 한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을 선호하며 고층 아파트는 저소득층이 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점에서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균형을 이루는 도시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의 집이 내화외빈이라면 우리나라 집들은 외화내빈이다. 외국에는 200년 300년 된 집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30년도 안되어 헐어야 하지 않는가. 겉으로는 허술하지만 내부구조가 실용적이고 오래 가는 외국의 집과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30년도 못 가는 한국의 집을 비교하면 우리는 느끼는 바 있어야 할 것이다. 서울의 주택문제는 근본을 다스리도록 발상을 바꾸고 주거문화를 바꾸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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