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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군 장병의 희생 짓밟는 악의적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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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군 장병의 희생 짓밟는 악의적 비난

입력
2010.03.2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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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초계함 침몰 참사는 해군 사상 유례없이 가혹한 불행이다. 1,200톤 급 전투함이 침몰하고 승조원 46명이 실종됐다. 1967년 동해 경비함이 교전 끝에 침몰해 장병 39명이 전사한 때보다 더 큰 희생이다. 충격과 비통함을 딛고 실종자 수색 등에 안간힘을 다하는 해군 장병을 함부로 비난하는 말과 글이 난무하는 현실은 그래서 더욱 개탄스럽다. 실종 승조원을 포함한 장병들의 남다른 헌신과 희생을 경박한 악의로 짓밟는 것은 죄악이다.

실종자 구조와 원인 규명이 늦은 것은 안타깝다. 가족의 애끊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러 분노를 터뜨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 등에서 황당한 비난을 일삼고, 이를 언론이 옮기는 행태는 한심하고 부끄럽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실종 승조원들의 명예까지 해칠 것을 알아야 한다.

우선 터무니없는 것은 함장과 장교들이 부하들을 버려둔 채 탈출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장교들은 근무 위치와 침실이 배 위쪽이고, 기관부를 비롯한 사병은 아래쪽이 많다는 언론의 설명은 뒤늦었다. 비상탈출 훈련을 게을리했다는 주장도 몰상식하다. 배를 지키는 소화방수 훈련 등과 달리 함정을 버리는 훈련을 열심히 하는 해군은 없다. 악의적 비난은 생사의 기로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장병의 지극한 고통을 외면하고 상처를 헤집는 짓이다.

인근 함정이 허둥대며 인명구조에 소홀했다는 비난도 사리에 어두운 것이다. 접적 해역에서 아군 함정이 폭발로 침몰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투ㆍ경계 태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침몰 선박에 근접하는 것은 양쪽 배와 생존자들에게도 위험하다. 작은 해경정이 보트로 생존자를 구조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참사 원인이 밝혀지면 함장과 해군 지휘부의 책임도 엄하게 가릴 것이다. 그러나 해군은 함정 근무 자체로 험난한 바다에 목숨을 맡기는 위험을 무릅쓰고 영해와 나라를 지킨다. 말 그대로 생사를 함께 하던 함정과 전우를 잃은 장병을 위무하기는커녕 무지하고 무책임한 비난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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