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즘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까지 나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며 압박하고 있고 중국은 중국대로 "할 테면 해 보라"며 잔뜩 벼르고 있는 양상입니다. 세계 경제의 두 공룡이 자칫 정면 충돌할 경우, 연쇄작용도 만만찮을 텐데요. 오늘은 미국과 중국의 최근 갈등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A. 양국간 갈등이 어느 정도인가요?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정부에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미국 의회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분류해 무역제재를 개시하겠다는 겁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도 15일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거부할 경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25%의 수입 과징금을 부과하자"는 강경한 대응을 촉구했는데요. 크루그먼은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정책이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의 원인이 돼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위안화 저평가 의도를 부인하며 강력한 대응 방침을 천명했습니다.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도 "미국이 위안화 환율 문제로 무역제재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미국에 경고했습니다. 이런 양국의 상반된 입장 차이는 미ㆍ중 무역 전쟁으로 확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낳고 있습니다.
미국의 속셈은 뭐죠?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는 미국과 중국의 지속적인 무역수지 불균형에서 비롯됐습니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돼 2008년 사상 최고치인 266억달러를 기록했고, 2009년에는 조금 줄어든 227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런 무역 불균형의 근본적인 이유를 중국의 위안화 가치절하(저평가) 정책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사실상의 고정 환율제(ㅇ각국 화폐 사이의 환율을 일정수준에 고정시켜 통화 가치가 고정되어 있는 제도=일명 페그환율)를 쓰면서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한 결과, 미국 수출품의 가격은 높아지고 중국 수출품의 가격은 내려가 결국 미국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켰다는 겁니다. 반면 중국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강화돼 막대한 무역수지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 정부에 위안화 가치 절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이를 통해 무역수지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결하려는 속셈인 것이죠.
위안화 가치가 어느 정도인가요?
환율은 자국의 돈을 외국 돈으로 바꿀 때 적용되는 상대적 교환비율을 뜻합니다. 보통 변동환율제(각국 통화의 가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장의 추세에 따라 변동하는 제도) 아래서 환율은 외화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지만 국제 정세나 각국의 금리 차이, 교역 조건 등에도 영향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 요인에 의해 환율이 자유롭게 결정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위안ㆍ달러 환율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수준인 달러당 6.82위안에 고정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위안ㆍ달러 환율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005년 7월 이전에는 달러당 8.28위안으로 완전한 고정 환율제를 채택했으나 국제사회의 압력이 높아지자 변형된 고정 환율제인 '통화 바스켓' 제도를 도입해 이후 2008년 6월까지 서서히 위안화 가치를 12% 정도 절상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핑계로 위안화 고시환율을 고정시키며 현재까지 계속 달러당 6.82위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과 엔ㆍ달러 환율 추이와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위안ㆍ달러 환율 추이의 모양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납니다. 원ㆍ달러 환율과 엔ㆍ달러 환율 등 변동환율제 하에서 결정되는 환율은 매일 외환시장에서 수급요인에 의해 변동되기 때문입니다.
원래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 마찰이 심했나요?
중국은 세계 최대의 '반덤핑'(풀어읽는 키워드 참조) 피소국입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헐값 수출'에 대한 제재를 많이 받았다는 뜻인데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이후 2008년 상반기까지 무려 640건이나 피소됐습니다. 2008년 상반기 중 전체 반덤핑 조사 개시 건수의 44%(37건)가 중국상품을 대상막?한 것일 정도입니다.
특히 미국은 중국 수출품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2008년 벌인 총 10건의 반덤핑 조사 가운데 9건이 중국 대상이었을 정도로 규제 강도도 셉니다. 미국은 중국 수출품에 대한 '상계관세'(풀어읽는 키워드 참조)를 부과하는 주요 국가이기도 하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압박은 더욱 강해졌는데요. 미국이 작년 9월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특별 세이프가드'(풀어읽는 키워드 참조) 발동을 결정하자 양국 간에 반덤핑 및 상계관세 등을 통한 맞대응 조사가 이루어지며 미ㆍ중 관계가 더욱 악화됐습니다. 2009년 미국 무역위원회에 신규로 제소(제품 기준)된 총 15건의 무역구제조치 요청 건수 중에서 87%에 해당하는 13건이 중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답니다.
미ㆍ중 갈등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최근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과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보면, 미ㆍ중간의 무역 마찰은 앞으로 더 악화되어 미국의 중국산 수출품에 대한 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럴 경우, 중국산 수출품과 더불어 한국산 수출품에 대한 미국의 동반 규제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수출품의 질적 차별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표준 인증절차, 검사제도 등 간접적인 수입규제 조치가 증가하며 우회 무역장벽으로서 기술규제 강화 움직임이 나타남에 따라 이에 대비한 전략 마련도 시급합니다.
아울러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비준해 수입규제 완화 방안을 모색하고 양국 간 통상 협력을 최대화하여 미ㆍ중 무역전쟁에 따른 한국 수출품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 풀어읽는 키워드
반덤핑
수출국 내에서 판매되는 정상가격보다 수출가격을 싸게 책정해 '덤핑가격'으로 수출한 수출품에 대해 수입국이 할증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수입국은 덤핑 가격으로 판매된 수입제품 때문에 수입국 내에서 그 수입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업계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그 덤핑가격으로 수입된 제품에 대해 정상가격과 덤핑가격의 차액인 덤핑 마진 범위 안에서 할증관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상계관세
수출국이 자국의 수출 증대를 위해 수출품에 보조금을 제공해 수출한 경우, 수입국은 보조금을 받은 품목에 대해 국내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보조금 범위 안에서 그 수입품에 대해 할증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세이프가드
특정상품의 수입이 급증하여 동일 품목을 생산하는 수입국 내 산업이 피해를 당할 경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취하는 긴급수입제한 조치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민정 연구위원
■ 美·中 갈등 언제까지…
최근 중국 정부는 고위관료들을 미국에 보내 관계개선을 꾀하는 모습입니다만 당분간 양국간 갈등은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26일 중국의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2일 추이톈카이 외교부 부부장을, 이틀 후인 24일 중산 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상무부 대표단을 미국에 보내 미 행정부의 외교ㆍ안보ㆍ경제 라인과 다각도로 접촉하고 있습니다. 추이 부부장은 백악관과 국무부 주요 인사들을, 중 부부장은 상무부ㆍ무역대표부ㆍ국제무역위원회ㆍ재무부 등의 인사를 만나 중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미국 의회가 여전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중국의 설득 노력은 아직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분석입니다.
게다가 중국 관리들은 여전히 미국의 요구에 부정적입니다. 중 부부장은 25일 미 상공회의소에서 "환율 변경으로는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며 "위안화 절상은 좋은 해법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점진적으로 통화정책을 개혁하겠지만 환율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며 빠른 시일 내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겁니다.
이에 대해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중국에 환율 변경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위안화 절상은 매우 중요하며 중국에도 득이 된다"고 거듭 압박에 나섰습니다. 미 상원의 찰스 슈머(민주당)와 린지 그레이엄(공화당) 의원은 중 부부장 일행의 방미 하루 전에도 "중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맞서 중국제품에 관세 부과를 허용하는 제재법안을 5월 말까지 통과시킬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차이나데일리는 미 정부가 다음 달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지 여부가 양국간 무역ㆍ정치 갈등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다음달 12,1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 안보정상회의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고 5월 말에는 미ㆍ중간 전략경제대화가 예정돼 있어 그 이전에 양국이 무역ㆍ정치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