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ㆍ임희근 옮김/열린책들 발행ㆍ전 2권ㆍ각 권 9,800원
'한국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9ㆍ사진)가 2008년 발표한 소설집이다. 베르베르의 뛰어난 상상력을 만끽할 수 있는 17편의 단편이 실렸다. 국내 일러스트레이터 5명이 각자의 스타일로 그린 삽화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매일 아침 '두뇌 체조'를 위해 단편소설의 시놉시스(줄거리)를 쓴다는 베르베르는, 단편집으로는 <나무> 이후 7년 만에 발표한 이번 소설집의 소재들을 "만약 …라면 어떻게 될까"라는 물음에서 얻었다고 머리말에 적었다. 나무>
그렇다면 수록작 '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은 "환경을 훼손하는 자에겐 극형을 처하는 사회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휘발유 사용을 엄금하는 이 사회에선 자동차가 페달로 움직인다. 페달을 밟다 지친 사람들이 개발한 획기적 교통수단은 돌처럼 사람을 날려보내는 투석기. 사설탐정인 주인공은 투석기 상용화를 놓고 경쟁하는 두 회사의 농간에 희생된다.
'농담이 태어나는 곳'의 주인공은 인기 절정기에 전격 은퇴한 코미디언이다. 스스로 창조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서 들은 농담을 무대에서 주워섬기는 일에 염증을 느낀 그는 자신이 써먹어온 농담의 근원을 찾아 나선다. 마침내 그가 당도한 곳은 '절대 농담'을 추구하는 비밀 결사. 이곳에서 목숨을 건 혹독한 유머 대결을 거치며 그는 진정한 농담 창조자로 거듭난다. 베르베르가 생각하는 '진정한 작가'에 대한 알레고리로도 읽힌다.
이 책의 수록작들은 내용에 따라 '있을 법한 미래'와 '있을 법한 과거(추억)'로 분류돼 있는데, 이중 '과거'에 속한 것은 작가 자신의 체험이 반영된 작품들이라 관심을 끈다. 불행에 끌리는 기묘한 정신세계를 가진 여성과의 연애담을 다룬 '남을 망치는 참새', 신참 기자 시절 살인사건을 취재하며 겪은 황당한 해프닝을 그린 '안개 속의 살인' 등이 그렇다. '대지의 이빨'도 마찬가지인데, 백인의 살은 밍밍해서 먹지 않는다는 아프리카 식인 부족의 영토에서 목숨을 걸고 사나운 마냥개미를 관찰하는 연구팀의 사연이 그 내용이다. 베르베르의 출세작 <개미> 의 창작 배경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인 셈이다. 개미>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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