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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한국 소개는 WYSIWYG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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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한국 소개는 WYSIWYG으로

입력
2010.03.2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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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만나면 한국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단순한 질문이지만, 답은 복잡하다. 2000년대부터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외국을 찾는 한국인도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중요한 질문이다.

한국인들이 한국을 소개하는 방법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많지만 일반적으로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외국과의 공통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외국과의 차이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첫 번째'공통점형 소개'는 주로'선진국'에서 온 외국인과 대화할 때 많이 사용한다. 음식 또는 관습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한국의 물질적 수준이나 생활 방식은 상대방과 비슷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런 소개에는'한국도 선진국이다' 또는 '한국도 부족할 것이 없다'고 인식시키려는 마음이 깔려있다.

두 번째'차이점형 소개'는 이와 달리 외국인의 국적이나 신분 등을 가리지 않고 모든 외국인과 대화할 때 사용한다. 한국 음식 또는 습관은 물론이고 사상이나 사회 윤리도 독특하고 외국에서 찾기 힘들다고 강조한다.'한국은 독특하다'거나'한국은 우월하다'는 심리가 바탕이다.

그런데 두 유형 모두 진정한 국제 교류를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외국과의 공통점 또는 세계적 보편성을 강조하다 보면, 외국인에게 한국과 한국인이란 존재가 싱거워진다. 반면 외국과의 차이점만 강조하면 한국의 존재가 지나치게 두드러져 외국인을 소홀히 여기거나 외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것은 거부감을 부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3의 유형이 필요하다.'공통점형'과 '차이점형'은 모두 한국을 소개하면서 외국과 비교하는 점이 같다. 늘 외국을 의식하면서 한국을 소개하는 것이다. 특히 외국에 대해 잘 모르면서 한국과 비교하는 것이 문제다.

제3의 소개 유형은 IT용어로 WYSIWYG으로 하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글자가 그대로 인쇄가 된다는 뜻이다. 그처럼 외국을 의식하지 않고 한국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 것이 좋다. 대화 상대인 외국인에게 뭐가 좋은지 나쁜지를 알 수가 없고 결국에는 상관없는 것이다. 자신 있게 한국을 소개하면 외국인은 스스로 자기 나라와 같고 다른 점을 헤아릴 것이고, 순수한 호기심을 느낄 것이다. 결국 외국인들은 여러 가지 한국 소개를 참고로 삼아 스스로 한국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의 참된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프랑스와 일본을 참고할 만하다. 프랑스인들은 자기 문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그대로 소개하고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인들도 마찬가지로 자기 문화를 그대로 소개한다. 그러면서도 저마다 자기 나라의 경제, 정치, 사회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이런 솔직한 소개와 대화를 통해 프랑스 문화와 일본 문화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외국인은 많다.

중요한 것은 애국심이나 민족주의가 아니고 솔직한 자신감이다. 자신감 없이WYSIWYG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대방에게 나를 그대로 보여주면, 상대도 오해와 의심 없이 받아들일 거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이런 믿음은 상대방에도 저절로 전달되는 법이다. 이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정확하게 알리고 이해를 넓혀 나갈 수 있다.

더 큰 질문이 남아 있다. 어떻게 한국인들의 자신감을 키울 것인가? 어려운 과제이지만, 국제 교류가 날로 확대되는 이 시대가 답을 요구하는 질문이다.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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