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북한은 26일 밤 참사 발생 이후 만 이틀이 지나도록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물론 북한 매체들은 남측에 중대한 변고가 있더라도 하루 이틀 시간을 두고 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 간의 군사적 분쟁에 관한 사안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북한은 과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벌어진 세 차례의 남북간 교전 당시 적어도 6시간 안에 공식적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11월10일 오전 10시27분 발생한 대청해전 때에는 '최고사령부 보도'를 통해 "남조선 해군이 우리측 해역에서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교전이 일어난 지 4시간53분 뒤였다. 앞서 2002년 6월29일 오전 10시25분 2차 연평해전이 터졌을 당시에는 5시간35분이 지난 시점에, 1999년 6월15일 오전 9시25분 1차 연평해전이 발발했을 때에는 5시간5분 뒤에 대남 비난 성명이 발표됐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사고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북관계 흐름상 도발 의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북한은 과거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을 경우 ▦주민 통제를 통한 체제 결속력 강화 ▦남측의 대북정책 전환 촉구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한반도의 불안전성 부각 등 뚜렷한 도발 징후를 내비쳤다.
그러나 최근 북핵 6자회담 재개가 가시권에 접어 들었고, 북한 당국도 중국과의 경제협력 확대나 외자 유치 등을 통해 경제난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개성공단 운영과 인도주의 협력 사업 등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도 비교적 원활히 이뤄지고 있어 북한이 굳이 무력 수단에 의존해 국면 전환을 꾀할 필요성은 적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입장 표명 자체가 남측과 주변국에 괜한 억측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요구에 따라 25일 시작된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부동산 조사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과 군부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27, 28일에도 남측 사업자들의 입회 하에 장전항 부두시설과, 발전소, 콘크리트 혼합장, 병원 등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도 이번 사고와 관련한 북측의 특별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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