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일본 군수산업체 공장 등에 강제 동원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한 조선인 노무자들이 일본 정부를 대신해 우리 정부로부터 지원금 형태로 미수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던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무동원자 공탁서 사본을 넘겨받았다고 26일 밝혔다.
공탁서 사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무자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받지 못한 급여 등 미수금을 일본기업이 해당 지역별로 공탁한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는 증빙자료가 된다.
공탁서 사본에는 일제 강점기 일본기업 등이 조선인 노무자 17만5,000명에게 지급했어야 할 급여, 수당, 부조금 등 미불금을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 공탁한 2억7,800만엔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2007년 일본 정부로부터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와 관련해 군인, 군속 등 약 11만 건의 미지급 임금 관련 명단을 넘겨받은 적은 있으나, 민간인 관련 기록을 넘겨받은 것은 처음이다.
지원금책정은 법규정에 따라 공탁금 사본금액에 대해 1엔당 2,000원을 적용한다. 단, 공탁금 총액이 100엔 이하인 경우에는 100엔으로 간주해 지원금을 책정한다.
지원위원회는 공탁금 기록을 일괄 인수함에 따라 전산자료(DB)로만들고 본격적인 분석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공탁 금 자료를 검증·분석·보완해 전산자료로 만드는 데 최소 6개월 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업무를 신 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근거 자료가 없어 피해 신고접수를 포기했던 노무동원자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신고접수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협정 이후에도 민간차원 피해보상금 소송이 이어질 개연성을 예상한 비밀문서가 최근 공개된 것과 맞물려 실질적인 피해금액을 청구하는 관련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공탁금 자료 인수로 관련 근거자료가 부족해 피해사실을 확인받지못했던 노무동원자들의 피해 실태와 미 불임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2007년위원회 출범 이후 접수된 피해사례 22만건 중 증빙이 없어 아직 처리되지 않은 약 10만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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