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직영사찰화를 놓고 조계종 총무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28일 일요법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현 정권 결탁설을 제기하고 직영화에 계속 저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까지 3주째 일요법회를 통해 봉은사 직영화에 반발, 조계종 내부 문제에서 정치권 외압설로 비화한 봉은사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명진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은 지난 대선을 앞둔 2007년 10월 13일 당시 이명박 후보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봉은사로 데리고 와 선거운동을 하고, 지난해 12월 24일에는 충남 지역 주요 사찰 주지들을 모아놓고 세종시 문제 협조를 요청하는 등 현 정권과 밀착 관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당시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이던 자승 스님이 청와대 불교지도자 모임에서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한다'고 발언했다는데, 지금 봉은사 사태는 소나기가 아니라 총무원장 끝날 때까지 내리는 장맛비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천명의 신도들이 봉은사 경내를 메운 가운데 법회를 가진 명진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은 이명박 장로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정권과 결탁해 한국불교의 희망인 봉은사를 깨부수려는 시도를 온몸을 던져 막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명진 스님은 또 천안함 침몰 사고를 이야기하며 "총 한 번 안 쏴보고, 제식훈련 한 번 안 받아본 사람들이 국가 안보를 논하고 있다"면서 안상수 원내대표의 병역기피 의혹을 거론했다. 그는 "내 동생도 해군으로 복무하던 1974년 배가 전복돼 숨졌다"며 "(안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군대나 갔다 와서 나를 빨갱이로 몰라"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날 명진 스님의 발언에 대해 대변인인 기획실장 원담 스님 명의로보도자료를 내고 "자승 스님이 이상득 의원과 명진 스님을 찾아가 점심 공양을 같이 한 적은 있지만, 이는 봉은사의 숙원사업이던 지하주차장과 관련된 것이지 대통령 선거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총무원은 2008년 청와대 불교지도자 모임에서의 '소나기' 발언에 대해서는 "자승 스님이 아니라 다른 종단 관계자의 발언"이라며 "왜곡, 논리적 비약, 끼워맞추기 식의 부적절한 발언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총무원은 "정치권도 명진 스님의 사실과 다른 주장에 근거한 불필요한 정쟁을 멈추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총무원은 27일 총무부장 영담 스님과 원담 스님을 봉은사로 보내 명진 스님과 만났지만 대화는 별다른 성과 없이 10여분 만에 끝났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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