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결혼한 부부 가운데 여성의 나이가 남성보다 많은 ‘드메 커플’의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메커플은 19세기 프랑스 파리 청년인 드메(Deme)가 연상녀에게만 사랑을 고백했다는 데서 유래한 것. 이번 현상은 여성의 사회진출과 인구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6일 통계청의 혼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혼 23만6,677건 중 여자가 연상인 경우는 3만3,794건으로 전체의 14.3%를 차지했다. 이는 통계청이 관련통계를 작성한 199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1990년(8.8%)보다는 5.5%포인트, 99년(10.1%)보다는 4.2%포인트 높은 것이다.
동갑내기 혼인건수도 역대 최고인 3만8,109건으로 전체의 16.1%로 나타났다. 반면 남자가 연상인 혼인 비중은 69.6%(16만4,774건)를 기록, 사상 최초로 70%선 아래로 내려왔다. 10년전인 99년에는 이 비율이 76.5%에 달했다.
연상녀 부부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는 재혼도 마찬가지. 지난해 재혼(3만1,765건) 중 남자가 연상인 경우는 2만9,202건으로 73.4%를 차지했다. 반면 여자가 연상인 경우는 18.5%(7,360건)로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재혼 부부 5쌍 중 1쌍꼴로 여자의 나이가 더 많은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여성의 취업률이 높아지고 출산률은 낮아져 결혼 적령기 남자들이 연하 배우자를 찾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사회 진출과 기혼 여성의 취업이 늘어나면서 여성이 사회적 주체성을 되찾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인구구조적인 문제도 상당부분 이 현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출생인구 감소로 연하 여성의 절대 수가 연상 남자보다 구조적으로 적은데다가, 지난해 결혼 적령기(남자 32세ㆍ여자 29세)를 맞은 사람들이 태어난 기간(77~80년)은 남아 선호에 따른 성비 불균형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인구 구조와 저출산 현상이 맞물려 앞으로도 ‘드메 커플’ 비중이 추세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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