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 소녀 '아빠 구하기' 나서다
● 아빠를 위해 죽은 생쥐
(마욜라인 호프 지음ㆍ김영진 옮김/시공주니어 발행ㆍ148쪽ㆍ7,500원)
"개도 죽고, 아빠도 죽은 아이? 그런 애는 아직 한 명도 모른다… 그렇다면 키우던 생쥐가 죽고, 개가 죽고, 아빠까지 죽을 확률은 훨씬 더 낮을 거다."(16쪽)
의료구호 활동을 하러 전쟁터에 간 아빠를 걱정하는 어린 키키의 생각이다. 그는 기형 쥐를 사서 죽기만을 기다리고, 애완견 모나를 육교에서 떨어뜨리려고 한다. 오로지 아빠가 살아 돌아올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네덜란드 동화 <아빠를 위해 죽은 생쥐> 는 아이의 엉뚱한 발상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수작이다. 도서관 사서였던 작가는 이 작품으로 데뷔, 네덜란드 문학상인 '황금연필상'과 벨기에 문학상 '황금부엉이상'을 받았다. 아빠를>
이야기의 전개는 단순하다. 그러나 키미의 내면을 묘사한 문장은 지극히 현실적이고섬세하다. 가령 자신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해 키키는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모든 것이 다시 평범해지는 거였다. 사람들이 친절하면 할수록 모든 게 점점 더 나빠지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표현한다.
작가가 아이를 착하거나 순수하게 포장하지 않은 것도 주목할 점이다. 키키는 혼자보다 둘이 기다리는 것이 훨씬 진짜 같으며, '모든 게 잘될 것'이라고 쉽게들 말하지만 정말 모든 게 잘될 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지적한다.
진정한 교육은 현실을 미화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존중한 작가는 현명한 어른이자, 교육적인 동화를 만들어 냈다.
인도인이 보고 그린 런던 풍경
● 런던 정글북
(바주 샴 지음ㆍ조현진 옮김/리젬 발행ㆍ52쪽ㆍ1만2,000원)
인도 곤드족 출신의 작가가 런던의 날씨와 사람들, 음식, 미술 등을 보고 느낀 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카스트 제도의 천한 신분인 수드라로서 부족의 전통적 그림을 그려온 바주 샴은 고급 레스토랑의 벽화를 그려달라는 주문을 받고 런던으로 향했다.
그는 이 낯선 도시를 곤드족의 방식으로 그렸다. 곤드족은 실제 크기와 상관 없이 중요도에 따라 그림 속 개체의 크기를 결정하고, 각종 상징을 활용해서 철학적인 내용을 표현한다. 이 책에서 그는 비행기는 큰 코끼리로, 지하철 노선도는 색색깔의 뱀으로 나타낸 난해한 그림들에 해설을 덧붙여 이해를 돕는다. 궁극적으로는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문화의 차이는 '격차'가 아니라 '다름'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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