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공동체 구축 등 아시아 선린 외교를 강조해 온 일본 민주당 정부의 현직 장관이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가 역사적인 필연이었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ㆍ45) 일본 행정쇄신담당장관은 27일 시마네(島根)현 마쓰에(松江)시에서 열린 민주당 시마네현총지부연합회 주최 강연에서 "일본은 메이지(明治)유신을 해 근대화했지만 중국이나 한반도는 근대화를 못했다"며 "일본은 식민지를 넓혀가는 쪽이 됐고 중국이나 한반도는 식민지로 침략당하는 쪽이 됐다는 것은 역사적인 필연이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8일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각료가 잘못된 역사 인식에 기초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에다노 장관은 27일 강연에서 "새로운 정치를 만들지 않으면 큰 일 난다"며 사례로 메이지유신을 들었다. 그 과정에서 "페리가 와서 '나라를 열어라. 일본이 방심하면 식민지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빨리 했기 때문에 그 후 100년 간 일정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같은 환경에 중국이나 한반도도 있었다.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보면서 근대화하려고 노력한 젊은 분들도 있었지만 결국 진척이 없었다"며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하지 못했다면 일본도 중국이나 한반도처럼 구미 열강의 식민지나 반식민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다노 장관은 강연 후 아사히신문의 추가 취재에 "일본이 식민지를 지배하는 쪽이 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오해를 살만한 발언에 대해 솔직하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에다노 장관은 1998년 민주당 결성 때부터 참가한 6선 의원으로 정책통이며 새 정부 출범 직후 행정개혁을 주도해 지난 달 행정쇄신담당장관에 임명됐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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