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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집 '정말' 변두리 이웃들 어루만지는 해학과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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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집 '정말' 변두리 이웃들 어루만지는 해학과 서정

입력
2010.03.2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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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46ㆍ사진)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정말> (칭비 발행)을 펴냈다. 소소한 사물에서 시적인 것을 긷는 섬세한 관찰력, 구성진 어휘와 입담으로 정평이 있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포복절도할 해학과 눈물겨운 서정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씨의 고향인 충남 홍성 황새울 마을에 홀로 살고 있는 노모는 그에게 마르지 않는 시심의 원천이다. '추석 맞아/ 장발에 파마하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너는 농사도 안 짓는 애가/ 왜 검불은 이고 댕기냐? 하신다// 글도 안되고/ 이러저러 마음 시려서/ 몇달 만에/ 머리 깎고 다시 찾았더니,// 나라 경제가 어렵다 하드만, 그새/ 농사채 다 팔아먹었냐? 하신다'('엄니의 화법'에서) '강' '엄니의 남자' 등에서도 충청도 사투리가 진득한 그의 어머니의 말은 받아 적으니 그대로 시가 된다.

그는 세상 변두리에서 마주친 이들의 애잔한 사연에 웃음을 버무려 시를 빚는다. '인생의 삼합'을 이야기하는 '홍어'는 그 중 절창이다. 이 시의 주인공은 '서른여섯 뜨건 젖가슴에/ 동사한 신랑 묻은' 걸로 모자라 '골수암 나이만도 십사년'이라 '양쪽 다리 세 번 톱질'을 한 마흔 넘은 큰 아들을 건사하고 있는 '욕쟁이 목포홍어집' 주인. 그 집에 세 번째 찾아간 시인에게 '단골 내 남자 왔다고 홍어좆을 내온' 그녀는 '얼어죽은 남편과 아픈 큰 애와/ 박복한 이년을 합치면/ 그게 바로 내 인생의 삼합이라고' 웃으며 푸념한다.

이처럼 단편소설을 압축한 듯 서사가 들어찬 시가 이씨의 이번 시집의 한 축이라면 다른 축은 생의 슬픔과 고단함을 선연하게 드러내는 서정시다. 울면서 태어나 '두 손 두 발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우는 유년기와, '제 어둠을 팔베개하고 등짝으로' 우는 청년기, '눈에 밟히는 살붙이들 반대쪽으로 등 돌려 마른 눈자위 훔'치는 중년기를 거쳐, 노년기에 피붙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세상을 뜨는 인생 유전을 그린 시에 이씨는 '울음의 진화'라는 제목을 붙였다.

시 '문병'에 깃든 이씨의 상상력은 쓸쓸한 풍경을 따습게 어루만진다. '할머니가 입원하자 빈집 마루 귀퉁이/ 물걸레가 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옛날 할머니가 입고 다녔던 헌옷으로 부풀고 있다/ 이웃집에 맡긴 누렁이와 문병이라도 가겠단 건가'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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