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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계함 침몰/ 일손 놓은 백령도 주민들 "바닷길 잘 아니 돕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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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계함 침몰/ 일손 놓은 백령도 주민들 "바닷길 잘 아니 돕고파"

입력
2010.03.2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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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가 문제야? 생명이 소중하지!" "물이 차고 빠른 데 배 안에서 부디 잘 견뎌내면 좋으련만."

28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의 하늘은 맑고 바다는 고요했다. 이틀 전 천안함 침몰사고로 자칫 조업 차질이 우려되건만 백령도 주민들은 한결같이 장병들의 무사귀환을 바랐다.

남포1리의 전인호(58)씨는 "물이 안 들어간 선실에 숨어있으면 그나마 살아남아있을지 모르니 빨리 구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춘자(45)씨는 "뭍에 있는 우리도 이리 추운데 저기 바닷속은 얼마나 추울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용선(56)씨는 "사고 다음날 아침(27일)에 선체가 장촌포구까지 흘러왔는데 그때 배를 고정시켜서 장병들을 구할 순 없었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장촌포구 앞엔 '출항가능'을 알리는 노란 깃발(출항금지는 적색, 대기는 청색)이 펄럭였다. 전복이나 해삼을 잡거나, 까나리 조업을 준비해야 할 시기지만 어민들은 좀처럼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배종진(62)씨는 "오늘 안 나가면 1,000만원도 더 손해지만 집 앞에서 수십 명이 실종됐다는데 바다에 나갈 엄두가 나겠느냐"고 되물었다. 장세견(48)씨는 "아들 군대 보낸 이웃도 많고 나도 자식 있는 사람이라 너무 속상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오히려 구조작업에 참여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장씨는 "아직 어민들에게 도와달란 요청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어선에 위성항법장치(GPS)도 있고 인근 바닷길도 잘 아니 언제든 협조할 생각으로 대기 중"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1시쯤에는 한국구조연합회 회원 33명이 스킨스쿠버 장비를 갖추고 용기포항에 도착해 수색작업 참여 의지를 다졌다. 정동남 회장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왔다"며 "구조연합회는 1993년 전북 위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때도 회원들을 수색작업에 투입해 많은 성과를 낸 바 있다"고 말했다.

사고당일은 끔찍한 밤으로 기억되고 있다. "방파제까지 들이닥친 파도가 얼마나 무섭던지",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조명탄 터지고, 확성기가 왕왕대고, 헬기 소리 요란하고", "사방에서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새벽 2시까지 시끄럽고"…. 조영한(49)씨는 "연평해전의 악몽이 떠올랐는데 그나마 북한이랑 관계 없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백령도=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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