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일 싸인 침몰 원인
26일 밤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발생한 해군 1,200톤급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건은 이날 밤 자정 현재까지 정확한 상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와 함께 침몰 원인이 무엇이었는지가 큰 관심사다.
군 관계자는 이날 "현재 배에 물이 들어오면서 가라앉고 있어 구조 작업 중"이라며 "아직까지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침몰 원인과 관련, 천안함이 북한군의 공격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군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밤 9시45분께 침수가 시작됐다.
이어 밤 11시께 포 사격 소리를 들었다는 백령도 주민의 증언도 나왔다. 우리 해군 함정 역시 북측 함정을 향해 발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즉각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한 점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이 읽힌다. 군 소식통은 "천안함이 선체 뒤쪽 스크루 부분에 구멍이 뚫려 침몰 중이며 공격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북한군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면 공격 무기는 해안포 또는 장사정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서해안 장산곶과 옹진반도, 강령반도를 비롯해 기린도 월래도 대수압도 등에 해안포를 집중 배치해 놓고 있다. 사거리 27㎞의 130㎜, 12㎞의 76.2㎜가 대표적인데, 일부 지역에는 사거리 27㎞의 152㎜ 지상곡사포(평곡사포)가 배치돼 있다. 정확한 숫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1,000문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그 동안 해안포의 사거리를 연장하는 성능개량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서해 5도는 물론 인근 해역의 우리 함정들도 북 해안포 사거리 안에 들어 있는 셈이다. 앞서 북한은 1월 말 수백 발의 해안포와 장사정포 등을 NLL을 겨냥해 발사, 긴장을 고조시킨 바 있다. 당시 군 일각에서는 북한 해군이 NLL 상에서의 교전에 대비해 사격 정확도를 높이려는 차원에서 훈련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지상 포 공격이 아닌 잠수함이나 어뢰정 등을 이용한 어뢰 공격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군 당국이 '함정의 선저(바닥)'에 구멍이 났다고 밝힌 점도 이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물론 아직 군 당국의 정확한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군의 공격으로 단언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암초에 부딪치는 등의 사고 또는 함정 자체 내에서의 폭발 등의 가능성도 지금 시점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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