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창·형광등 달린 교실 꿈만 같아요"
"바람이 부는 날엔 추워서 공부를 할 수가 없었는데 이젠 새 건물에서 맘껏 공부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아요."
올해 소학교 5학년인 덩쒀워(11)군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걸상을 들고 부리나케 새 교실로 뛰어들어온 탓에 숨은 가빴지만 같은 반 친구들과 이곳 저곳을 둘러보느라 바쁘다. 창문에 비닐 대신 유리창에 끼워진 게 신기한 듯 만져보기도 하고,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한다. "오래 동안 행사를 준비해 왔는데요, 오늘 아침 학교에 올 때 얼마나 설?는지 몰라요."
22일 중국 장시성 푸저우시 림촨구에 있는 조그만 시골마을 윈산쩐은 아침 일찍부터 축제 분위기였다. 바로 두산공정기계(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법인)의 지원을 받은 '윈산쩐 두산희망소학교' 준공식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푸저우 시내에서 통하는 2차선 도로를 뒤로 하고 20분 정도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마을에 들어서는데, 비포장도로가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2~3m 간격으로 도로 양쪽에 형형색색 깃발을 꽂아뒀다. 귀한 손님을 맞이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또 교문에 들어서는 100m 정도 길가에 학생들이 도열을 해서 태극기와 오성홍기를 들고 "열렬히 환영합니다"를 소리 높여 외쳤다. 교문에는 2마리의 용을 상징한 조형물이 설치됐고, 행진곡풍의 '인터내셔널가'가 경쾌하게 깔렸다. 어느 새 지역주민들도 행사장 근처를 가득 메웠다.
준공식에는 푸저우시와 공청단(共靑團ㆍ공산주의청년동맹)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고, 다소 쌀쌀한 날씨에 바람도 많이 불었지만 학생들과 교사들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도 1시간 넘게 진행된 준공식 내내 자리를 지켰다.
두산그룹의 희망소학교 지원활동을 총괄하고 있는 정인용 두산투자유한공사 총경리(부장)가 소개될 때는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6학년 아들을 둔 메이인옌(33)씨는 "아들이 좋은 건물에서 공부하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1년 후면 졸업해야 한다는 게 아쉬울 정도예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두산공정기계가 큰 도움을 준 것에 주민들 모두가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두산공정기계가 지원한 윈산쩐소학교는 1950년대 초에 처음 설립된 뒤 80년대 중반에 한 차례 개축됐지만 어린 학생들이 맘놓고 공부하기엔 너무나 시설이 열악했다. 새로 지은 4층짜리 교사 맞은편에 남아 있는 예전 건물엔 대부분 유리창도 없고 심지어 백열등조차 없어 날씨가 조금만 춥거나 어두워지면 제대로 공부를 하기 힘들다고 한다. 또 곳곳에 균열이 생겨 비가 오는 날엔 아예 수업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좋은 건물 준 두산에 감사" 주민들 준공식장 가득 메워
온마을이 축제 분위기, 전학갔던 학생들 'U턴'
900명서 1700명으로 "졸업하고 싶지 않아요"
중국 농촌지역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곳에서도 많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면서 학생 수가 매년 급감했다고 한다. 한 때 2,000명에 육박했다가 900명까지 줄었던 것. 하지만 윈산쩐소학교가 두산희망소학교로 새로 태어나면서 학생 수가 1,700명으로 크게 늘었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저우야진(29) 교사의 말이다. "도시로 전학을 가도 호적이 이 곳에 있으면 학비가 2배 정도 비쌉니다. 도시로 나간 부모들에겐 큰 부담이죠. 하지만 학교 환경이 좋아지니까 아이들을 고향으로 되돌려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주변 시골마을에서도 전학을 많이 왔구요."
갑작스럽게 학생들이 몰려들다 보니 새 건물에선 한 반 인원을 80명까지 늘렸지만 500명 정도는 예전 건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새 건물로 가지 못한 3학년 왕옌민(10)양의 눈에선 금새 눈물이라도 쏟아질 듯했다. "많이 서운해요." 소감을 묻는 말에 한마디 하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예전 건물 뒤편에 또 다른 4층 건물을 짓고 있어 올 9월엔 모두가 새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을 거란 얘기에 다시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정인용 총경리는 "중국사회에 뿌리내리는 명실상부한 국민기업이 되기 위해선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꿍궈핑 림촨구 교육국장으로부터 받은 감사패에는 '교육사업을 지원해 희망을 심는다'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푸저우(중국)=양정대기자 torch@hk.co.kr
■ 두산공정기계 중국내 사회공헌활동
"마음을 사고 나면 물건은 자연스럽게 팔립니다."
2003년 이후 중국 굴삭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두산공정기계(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법인)의 정해익 총경리(상무)의 말이다. 실제로 두산공정기계는 1996년 현지 생산을 시작한 이후 캐터필라와 고마츠 등 세계적인 기업들에 밀려 고전했지만 2003년 이후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2001년부터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사회공헌활동에 힘을 쏟은 게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
두산공정기계의 중국 내 사회공헌활동의 핵심은 희망공정(希望工程) 참여다. 희망공정은 중국 공청단(共靑團ㆍ공산주의청년동맹)이 1989년부터 시작한 오지 초등학교 지원프로젝트. 중국 내 외국기업이 25만위안(약 4,200만원)을 기부하면 공청단이 동일한 액수를 지원해 소학교 건립과 증축, 장학금 지급 등의 사업을 펼친다. 그리고 소학교에는 해당 기업의 명칭이 붙는다. '○○ 두산희망소학교' 같은 식이다.
두산공정기계는 굴삭기 누계판매 5,000대를 넘긴 2001년부터 지금까지 희망공정에 총 770만위안(약 13억원)을 기부했다. 일회성으로 물품을 제공하기 보다는 어린이에게 평생 재산을 만들어주는 교육분야를 지원함으로써 중국 사회의 신뢰를 얻자는 취지에서였다. 2001년 칭하이와 간쑤, 닝샤 등 3개 지역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까지 총 20개 성(省) 및 자치구에 27개 소학교를 지었고, 지난 22일 문을 연 '윈산쩐 두산희망소학교'는 28번째 결실이다.
특히 2007년부터는 학교 건물을 신ㆍ증축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일방 지원에서 벗어나 해당 지역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우선 희망소학교 인근지역의 현지 대리상 총경리를 명예교장으로 위촉해 지속적인 지원활동을 펴도록 했다. 또 매년 여름 학생들과 교사들을 초청해 베이징지주회사와 옌타이공장 견학, 임직원 가정에서의 홈스테이 행사, 유명 문화유적지 답사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두산공정기계는 중국 정부가 농촌지역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직업훈련교육인 온난공정(溫暖工程)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소외된 농촌지역의 발전에 일조하기 위함이다. 2008년 9월 2,000만위안(약 33억5,000만원)을 기부해 후난성 창샤에 직업학교인 온난공정두산배훈중심을 설립, 기계조립과 용접, 가공, 수리부문의 직업능력개발 훈련을 통해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두산공정기계는 쓰촨성 지진피해 지역 여성과 어린이를 위해 내의 10만벌을 기증하기도 했다. 2008년 5월 발생한 지진참사가 세간의 관심 밖으로 멀어진데다 사상 초유의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악화한 시기였지만, 이재민들이 추운 날씨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구호품을 마련해 달려간 것이다.
어느 중국 기업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중국 CCTV와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은 "다른 기업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라며 집중 보도했고, 중국인들 사이에서 두산공정기계에 대한 평가가 또 한번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
정해익 총경리는 "우리의 경영이념은 '합리적인 이윤을 추구하고 사회에 환원하며 아름다운 중국을 함께 건설한다'(共建美好中國-斗山)는 것"이라며 "진정 어린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친 결과가 바로 중국 굴삭기 시장 7년 연속 석권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푸저우=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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