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무렵 '나남'이란 출판사에서 나온 누군가의 시집을 받아 읽었다. 그것이 나남과의 첫 만남이었다. 언젠가 하동 평사리 토지문학제에 심사 갔다 나남에서 집대성한 21권의, 박경리 선생의 <토지> 전집을 보고 마음에 쏙 들어 그 자리에서 전화 주문을 해서 샀다. 토지>
그 사이 나남에서 나온 책의 공동 필자가 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나남이 후원하는 지훈상(문학부문)을 받았다. 지훈상은 지훈 선생님 사모님이 친필로 상장을 써주셨다는데 그해는 몸이 불편해 조상호 나남 대표가 붓글로 쓴 상장을 받았다. 제법 긴 세월 나남과 인연을 맺어온 셈인데 그동안 나남이란 뜻을 몰랐다.
조 대표가 쓴 <언론 의병장의 꿈> 을 읽다 나남이란 '나'와 '남'이 책을 통해 하나가 되는 '우리'라는 뜻인 걸 알았다. 사진 찍는 친구 김석중이 아(我)와 타(他)가 하나라는 '아타'를 자신의 예명으로 삼았는데,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나남이 아닌가. 나남은 포천 신북에 16만 평의 숲을 꾸미고 있다고 한다. 언론>
책을 내거나 출판을 하는 사람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책의 몸이 나무에서 왔으니 자기가 쓴 종이만큼 나무를 심어 갚아야 한다. 이것도 나남이 강조하는 자연채무(自然債務)와 같은 뜻일 것이다. 책이 쏟아지는 시대, 숲을 가진 출판사가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언제 그 숲에 가보고 싶다. 나무 몇 그루 심고 싶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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