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코 앞이다. 날짜는 봄인데 기온은 여전히 영상영하를 넘나든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봄나들이 생각이 더 간절하다. 따뜻해지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가까운 데라도 꼭 다녀와야지 싶다.
봄나들이 길에 맛깔스런 점심 도시락은 흥을 더한다. '테이크 아웃'이 흔한 요즘엔 돈만 내면 도시락쯤 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남이 싸준 것보다 정성으로 손수 만든 점심이 더 정겹다. 날이 풀리길 기다리며 주말에 연습 한번 해볼까. 각양각색 엄마표 샌드위치를 소개한다.
바게트+불고기=한식 샌드위치
요즘 빵 종류 참 많다. 그래도 샌드위치를 준비하는 손길은 대개 네모난 식빵으로 향한다. 꼭 그 빵으로 만들란 법은 없는데 말이다. 변화 한 번 줘봐도 나쁘지 않다. 알고 보면 바게트나 통밀빵 베이글도 훌륭한 재료다. 내친 김에 속도 으깬 감자나 계란프라이 햄에서 벗어나 고기와 해산물로 바꿔보자. 손이 더 가긴 하지만 먹는 이들의 행복한 표정을 떠올리면 못할 것도 없다.
겉은 파삭하고 안은 부드러운 프랑스 빵 바게트는 의외로 불고기와 잘 어울린다. 일단 불고기를 양념해 재운 다음 볶는다. 샌드위치용 불고기를 양념할 땐 식사용보다 물을 덜 넣는 게 좋다. 이철환 그랜드앰배서더서울호텔 조리팀장은 "수분이 많으면 빵이 쉽게 눅눅해지기 때문"이라며 "고기가 마르지 않을 정도로만 물 양을 맞추면 된다"고 조언했다.
바게트는 가로로 반 잘라 안쪽에 버터를 펴 바르고 살짝 굽는다. 빵 사이에 볶은 불고기를 채우고 스위스치즈를 올리면 완성.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 나오는 스위스치즈의 미묘한 호두향이 담백한 불고기 양념과 섞여 독특한 맛을 낸다.
한식 세계화라고 뭐 특별할 게 있을까. 우리 음식을 서양 요리와 잘 어울리게 만들어주면 외국인도 자연스럽게 찾을 것이다. 불고기 바게트 샌드위치는 유명 요리사가 아니어도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한식 세계화 메뉴랄 수 있다.
바게트는 새우와 만나도 영양만점 샌드위치가 된다. 껍질을 깐 새우에 간을 하고 굽는다. 반으로 잘라 버터를 바른 바게트에 양상추와 롤로로사(유럽상추) 토마토 새우 적양파를 차례로 올리며 사이사이에 마요네즈를 뿌려준다.
통밀빵+파스트라미=유럽 샌드위치
봄나들이 멤버에 여성이 많다면 섬유질이 풍부한 통밀빵으로 만든 유럽식 샌드위치를 추천한다. 통밀빵 두 쪽을 준비하고 각각 한쪽 면에 버터를 바른다. 통밀빵 하나에 양상추와 토마토를 올리고 얇게 썬 파스트라미(향신료로 양념한 고기를 훈제해 식힌 햄)를 리본 모양으로 말아 얹는다. 치즈를 올리고 다른 빵으로 덮으면 옆모습이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샌드위치가 완성된다.
웬만한 샌드위치엔 치즈가 빠지지 않는다. 빵과 속 재료만으로 부족한 영양성분을 채워주기 위해서다. 약 10배 용량의 우유가 농축된 치즈는 단백질과 지방 미네랄 비타민 같은 영양소들이 소화 흡수되기 쉬운 형태로 풍부하게 들어 있다.
집에 고형치즈 말고 크림이나 우유를 섞어 만든 부드러운 크림치즈가 있다면 샌드위치 빵으로 베이글 한 번 골라봐도 좋겠다. 달걀 우유 버터를 넣는 다른 빵과 달리 베이글은 밀가루와 이스트(효모) 물 소금만으로 만든다. 그만큼 열량이 낮아 소화나 다이어트에 부담이 덜하다.
가로로 반 자른 베이글 안쪽에 버터를 바르고 살짝 구운 다음 아래쪽 빵에 크림치즈를 듬뿍 얹는다. 그 위에 겨자잎을 깔고 훈제연어와 케이퍼(향신료) 고리 모양으로 썬 적양파를 차례로 올린다. 마요네즈를 뿌리고 위쪽 빵을 얹어 마무리. 베이글과 함께 먹는 훈제연어, 색다른 맛이다.
샌드위치 백작처럼…
애써 만든 샌드위치가 봄나들이 길에 점심 때까지 촉촉하고 신선한 맛을 유지하려면 보관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이 조리팀장은 "특히 표면이 딱딱한 바게트나 베이글 샌드위치는 완성된 샌드위치를 상추 몇 장으로 감싸고 알루미늄 호일로 포장해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출발 직전 꺼내 가져가면 된다"고 알려줬다.
카드놀이를 유난히 즐겼다는 18세기 영국의 한 백작. 식사시간에 좋아하는 카드놀이를 못하는 게 안타까워 빵 두 쪽 사이에 야채나 고기를 넣어 한 손으로 들고 먹으며 다른 한 손으론 카드놀이를 계속했다고 한다. 짐작하다시피 그의 이름은 존 몬테규 샌드위치다.
삶을 즐기고 싶다는 발상에서 고안된 샌드위치가 요즘은 바쁜 일상에 대충 한끼 때우기 위한 음식으로 전락한 것도 같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시간만큼은 모처럼의 봄나들이를 즐기겠다는 마음만으로 채워봐도 좋겠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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