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관철한 오바마 미 대통령의'설득의 리더십'이 우리 사회에서도 회자(膾炙)된다. 반대세력을 정성껏 달랜 대화와 소통의 정치를 배우라는 성화가 대단하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반향이 클 듯하다. 저마다 앞다퉈 오바마를 칭송하고 우리 정치를 나무란다. 좋은 본보기를 너나없이 강조해 나쁠 거야 없지만, 흔히 그렇듯 외국 사례를 제 입맛대로 요리해 강권하는 것일 수도 있다. 법안 찬성의원들에게 살해 위협이 잇따르고, 여러 주(州)가 위헌소송을 서두르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일이 아니다.
■ 오바마는 선거 공약으로 내건 '전 국민 건강보험'도입을 위해 전력 투구했다. 재선을 포기하더라도 개혁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개혁법안의 의회 통과가 난관에 부딪치자 야당 공화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치해 설득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설득에 넘어간 공화당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하원의 최종 표결에서 공화당은 일제히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에서도 30여명이 끝내 반대했다. 다만 애초 반대하던 민주당 의원 7~8명이 막바지에 찬성으로 돌아선 덕분에 가까스로 과반수를 넘겨 법안은 통과됐다. '설득의 리더십'은 실제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볼 만도 하다.
■ 국민을 상대한 설득 효과도 의문이다. 하원 표결 전, 월스트리트 저널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7%는'일자리와 경제를 해친다'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23일 CNN 여론조사에서도 58%가 개혁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설득과 민주당의 홍보보다 공화당의 반대운동이 더 성공적이었다는 분석이 눈에 띈다. 이를 어찌 봐야 할까. 여론과 야당, 그리고 여당 일각의 반대까지 무릅쓰고 막대한 재정부담이 따를 개혁안을 의회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을 역사적 업적으로 칭송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 '여론은 과학이 아니다'는 논평이 우선 흥미롭다. 2,100쪽에 이르는 복잡한 건보 개혁법안과 같은 정책 이슈에 대중의 찬반을 묻는 것은 비과학적이라는 지적이다. 대중은 이해하기 힘든 것은 믿지 않는다. 또 경제 형편에 불만이 큰 탓에 무작정 반대한다는 풀이다. 오바마가 이처럼 겹겹이 쌓인 장애를 넘어선 힘은 바로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을 향한 신념이다. 완고한 반대세력과의 대화도 굳은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었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개별적 이해와 여론보다 대통령의 소신을 지지했다. 그게 미국 정치를 움직이는 기본원리라는 설명이다. 내>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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