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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이야기] <3> 정상 등정 의혹 없애려면 증거물품 꼭 남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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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이야기] <3> 정상 등정 의혹 없애려면 증거물품 꼭 남겨야

입력
2010.03.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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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에 이어 8,000m급 14좌를 두 번째로 완등한 산악인이 폴란드의 예지 쿠쿠츠카다. 하지만 그는 한때 등정 기록을 의심받으며 위기에 몰린 적이 있다. 1981년 10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마칼루(8,463m)를 혼자 오르고도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해 등정의 증거를 대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등반대에 참여했던 네팔의 연락장교는, 마칼루 같은 큰 산을 혼자 오르는 게 불가능하다며, 그가 정상을 밟지 못한 게 분명하다고 네팔 관광성에 보고했다. 정상 등정의 증거가 없는데다 목격자가 불리한 증언을 함으로써 그는 한동안 궁지에 몰렸다.

그때 그를 구한 산악인이 한국의 허영호다. 허영호는 1982년 5월 셰르파 2명과 함께 남동릉을 통해 마칼루에 올랐다. 허영호는 산 정상에서 무당벌레 모양의 마스코트를 발견하고 주머니에 넣어 내려왔는데 바로 쿠쿠츠카가 놓고 간 것이다. 허영호가 이 장난감을 네팔 관광성에 보고함으로써 쿠쿠츠카는 등정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등정의 가장 확실한 증거는 사진 촬영이다. 등정자가 산 정상에서 찍었다는 사진을 제시하면 전문가들이 그 사진을 확인해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목격자가 증언을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돈에 매수된 거짓 목격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쿠쿠츠카와 허영호처럼 등산용품이나 마스코트를 정상에 놓거나 앞선 등정자가 남긴 물건을 가져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제로 미국의 허드슨 스터크 등은 1913년 알래스카의 매킨리봉(6,194m)을 초등하고도 손이 얼어 사진을 찍지 못하는 바람에 등정 시비에 휘말리다가 그들이 놓고 간 온도계가 1932년 정상에서 발견됨으로써 혐의를 벗었다.

스잔춘이 이끄는 중국 원정대 역시 1975년 에베레스트를 오르고도 등정 성공을 의심받다가 정상에 설치한 알루미늄 삼각대가 훗날 발견된 뒤에야 등정 사실을 인정받았다.

박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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