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이번주(23일) 발표한 자동차보험 경영안정화 종합대책에서 단연 화제는 '속도ㆍ신호 위반자 보험료 할증'이었다. 시민단체 등은 당장 '왜 단순 법규 위반자에게까지 보험료를 올리느냐'고 반발했고, 금감원은 "형평성을 맞추려는 차원이지 법규 준수자의 보험료는 오히려 0.2% 내려간다"고 진화에 나섰다.
양쪽 모두 일리 있는 얘기지만, 사실 자동차보험료 문제의 본질은 이게 아니다. 핵심은 선의의 운전자들을 부담 지우는 '보험료 거품 빼기'인데, 최근 잇따르는 대책에서도 이 부분이 개선되는 흔적은 보이질 않는다.
감독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보험료를 올리기에 앞서 보험사들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하지만 자구노력의 대표격인 '사업비 줄이기'는 여전히 요지부동 상태다. 작년4월~올1월 사이 보험사들은 예정보다 사업비를 2,376억원(9.6%)나 더 썼다. 대부분 고객 확보를 위해 대리점에 판촉ㆍ수수료 명목으로 쏟아 부은 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 2월 발표한 보험사들의 종합대책에 정작 사업비 절감방안은 없었다.
더 큰 구멍은 줄줄 새는 보험금이다. 매년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의 70%는 병원과 정비업체로 나간다. 여기서 엉뚱하게 과잉 청구되는 부분만 줄여도 자동차보험 수지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게 업계와 감독당국의 공통 의견.
하지만 수년째 말뿐이다. '나이롱 환자'를 받아 치료비를 과다 청구하는 병원, '뻥튀기 청구서'로 수리비를 더 받아 챙기는 정비업체를 일벌백계할 방안은 어제 오늘의 지적이 아니지만 이번 금감원의 종합대책에서도 여전히 '관계 부처에 건의ㆍ협조하겠다'가 전부다. 보건복지부나 국토해양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잘 안된다는 게 금감원의 읍소다.
자동차보험은 온 국민의 '준조세'가 된 지 오래다. 정부가 물가항목으로까지 관리하겠다면 당연히 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 줄줄 새는 보험료 거품은 놔두고 언제까지 적자 타령만 되풀이할건가. 제발 이번에도 말뿐이 아니길 빈다.
김용식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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