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가 아닌 척하고 졸업파티에 가고 싶지 않았다."
미국의 한 여고생이 동성친구와 졸업파티에 참석하려다 거부당하자 인권단체의 도움을 얻어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최근 승소했다. 최신 유행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 입고 벌이는 졸업파티는 미국 고등학생에게 인생에서 손꼽히는 중요한 행사로 여겨진다.
미시시피주 이타왐바 농업학교에 다니는 콘스탄스 맥밀런(18)은 4월에 열리는 졸업파티에 턱시도를 입고동성 여자친구와 함께 참석해도 되는지 학교 측에 문의했다. 학교 측은 동성커플의 참석을 거부했고 논란 끝에 파티도 취소됐다. "일생에 단 한번뿐인 졸업파티를 망쳤다"며 분개한 맥밀런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을 찾아갔고, ACLU는 학교 측이 방침을 바꾸도록 해달라고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23일 법원은 "학교 정책이 학생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모든 학생들에게 졸업파티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맥밀런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학교가 졸업파티를 다시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같은 날 학부모들이 준비한 다른 파티가 예정되어 있어 판사는 학교가 파티를 다시 개최할 필요는 없다고 판결했다.
맥밀런은 이날 "법원이 학교측의 차별을 인정해줘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며 자신이 바라는 것은 그저 다른 남녀 커플들처럼 대해달라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맥밀런의 변호인은 "학교가 동성커플들의 졸업파티 참석을 막는 차별을 시정 하도록 한 첫 번째 조치"라며 판결을 환영했다.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맥밀런의 학교생활은 엉망이 됐다. 고대했던 졸업 파티가 취소되자 친구들은 등을 돌렸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사람들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었다"는 맥밀런은 결국 졸업을 하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났다.
하지만 맥밀런은 적지 않은 응원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주 미 NBC 방송사의 간판 토크쇼 '엘렌 드제네러스쇼'에 출연해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미 abc 방송은 기업과 익명의 후원자들이 맥밀런의 용기에 장학금을 주겠다고 나섰고 벌써 3만 달러를 받았다고 전했다.
졸업파티에도 가게 됐다. 맥밀런은 동성애 학생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미시시피의 안전한 학교를 위한 연합'이란 단체가 개최하는 무도회에 동성친구와 함께 참가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ACLU 측과 동성애 옹호 그룹들도 5월 8일 동성커플들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이 참석할 수 있는 대규모 졸업무도회를 열기로 하는 등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동성애자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인근 조지아주 코크란의 한 남학생도 자신의 동성친구를 졸업 무도회에 데려가도 좋은지를 학교에 문의해 최근 허가를 받아냈다. 이 남학생은 페이스북에 400여 명의 팬이 생길 정도로 전국적인 지지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부모에게 쫓겨나 현재 친구 집에 머무는 신세가 됐다고 지역신문이 전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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