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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핵 군축협상' 서명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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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핵 군축협상' 서명만 남았다

입력
2010.03.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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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보유 중인 핵무기를 반세기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해 4월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힌 지 거의 1년 만의 성과다.

24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새로운 협정에 매우 근접해 있다”며 “양국 정상이 수 일 내에 합의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발표하게 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다음달 8일 오바마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프라하에서 공식 협정 서명식이 개최된다고 보도했다.

공식 발표가 없어 정확한 감축 수치는 확실치 않다. 다만 외신들은 대강의 윤곽을 전하고 있다. NYT는 “전략적 핵탄두를 25%이상, 지상ㆍ해상배치 미사일을 50% 줄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ㆍ러 양국은 각각 전략적 핵탄두를 기존협정이 허용했던 2,200개에서 1,550개로 줄여야 하며, 지상ㆍ해상배치 미사일은 1,600개에서 800개로 줄여야 한다. 핵미사일과 장거리 폭격기도 각각 최대 보유한도를 700개로 제한했다. NYT는 이 같은 수치에 대해 “반세기만에 최저 수준으로 핵무기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도 “핵탄두를 각각 1,500개 정도로 줄이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ㆍ러의 핵무기 감축 노력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버지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체결하고 각각 전략적 핵탄두를 25% 줄여 총 6,000개로 제한키로 했다. 이후 모스크바 조약에서 다시 핵탄두를 1,700~2,200개로 제한하기로 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이번 협약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가진 미ㆍ러의 합의는 다른 핵국가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다음달 12일부터 이틀간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1회 핵안보정상회의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 제안으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핵무기 감축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질 수도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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