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궁궐 대신 저잣거리가, 곤룡포 대신 넝마옷의 주인이 중심이 됐다. 환골탈태라는 말이 꼭 어울린다. 25일 막을 내리는 KBS '추노'는 사극 드라마에 새 지평을 열었다.
1월 6일 첫 방송부터 19.7%(AGB닐슨)의 높은 시청률로 출발해 될성부른 면모를 과시하더니 5회 만에 30%선을 돌파, 지난 18일 방송한 22회까지 평균 시청률 30.2%를 기록했다.
'명품 사극'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이 드라마가 남긴 발자취. 그 안에는 신선한 소재, 고화질 영상, 옹골진 연기가 자리잡고 있다.
역사가 거들떠 보지 않던 노비와 추노꾼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이 드라마. '짐승만도 못한' 노비가 주인공이다. 젠체하는 양반님네는 조롱감이 됐다. 양반들이 주고받는,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문자투성이 대화를 자막으로 풀이함으로써 양반의 허세를 비웃기도 했다. '추노'는 그렇게 노비를 재조명하고 양반을 희화화해 현대 사회의 부조리도 에둘러 꼬집었다. 이 드라마의 성공은 사극에 다양한 소재가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왕과 영웅 혹은 궁중 암투에 집중했던 기존 사극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것이다.
사극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웅장한 스케일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웅장함 대신 섬세함에 집중했다. 영화에서 선명한 화질을 선사했던 레드원 카메라를 과감하게 드라마에 도입했다. 그 덕에 칼을 쥔 팔뚝의 꿈틀거림은 박진감을 더했고, 슬로 모션으로 처리한 배우들의 움직임은 긴장감을 높였다. 대규모 전쟁 장면보다 더 화려한 액션 장면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더 밝게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배역의 매력을 200% 발산한 배우들 덕분이다. 특히 장혁은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장혁이 있었기에 대길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천지호'역 성동일의 열연도 빠뜨릴 수 없다. 그는 청양고추 같은 매운 연기로 이 드라마의 맛을 살렸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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