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글로벌 기업 변신'은 몇몇 업체만 관심을 보이는 막연한 꿈이 아닌 전 업계가 안고 있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따라서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경우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로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를 돌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 큰 재미를 못 본 제품을 해외의 히트 아이템으로 탈바꿈시키는 발상의 전환, 한식 세계화 바람 속에 제품의 포장부터 새로 정비하는 작은 실천에서 출발해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한국선 천덕꾸러기가 중동선 효자
최근 인구강국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롯데제과는 지난해 껌 하나로 중동에서 1,300만달러(약 1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씹으면 시럽이 터져 나오는 센터 리퀴드(center liquid)껌인 스파우트껌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전 지역에서 인기를 얻으며 지난해 30%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또 올해 매출은 전년보다 15% 이상 오른 1,500만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1977년 미국을 시작으로 건설산업에 불이 붙기 시작한 중동지역으로까지 수출 지역을 늘려 온 스파우트껌은 1980~9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를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 껌속에 시럽이 들어 있다는 이유로 어린이용으로 취급되면서 별다른 시장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의료 한류의 힘? 한국 분유를 세계로
대표적인 분유업체 남양유업은 지난해 하반기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 진출을 전격 선언하고 카자흐스탄에 첫 수출을 개시했다.
남양유업은 카자흐스탄의 대도시인 알마티 지역의 병원, 약국 등과 입점 계약을 해 다양한 판매망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은 카자흐스탄 수출로만 연간 5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접한 키르기스스탄과도 수출협약을 맺고, 올해 안에 2, 3개국의 신규 시장을 추가로 개척한다는 포부다.
연간 600억원 규모의 카자흐스탄 분유시장은 스위스 네슬레와 독일 휴마나, 네덜란드 뉴트리시아 등 글로벌 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을 만큼 매력적인 곳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장기간의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한국 의료진의 신뢰도가 매우 높은 상태다. 남양분유가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공식 인증한 분유라는 점이 수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카자흐스탄 소아과의사협회의 공식 인증을 얻기도 했다.
1992년 베트남 수출을 시작으로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 등 1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남양유업은 카자흐스탄 수출을 계기로 러시아 전역과 동유럽까지 판로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포장도 기술이다!
지난해 가공식품 부문에서 2,500만달러의 해외 매출을 올린 대상㈜은 올해 인도와 유럽 시장 개척을 통해 4,000만달러 이상의 해외 매출을 목표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상은 해외에서 반응이 좋은 품목을 중심으로 '세계화 4대 식품'을 선정하고 영ㆍ중ㆍ일 다국어 패키지를 도입했다. 순창 우리쌀 고추장, 순창 재래식 된장, 소불고기 양념장, 햇김의 4가지로 올해까지 수출 주요 품목을 10개 이상 추가 선정해 적용할 방침이다.
이들 제품의 수출용 패키지에는 영문ㆍ중문ㆍ일문으로 이뤄진 라벨과 스티커를 제품의 전ㆍ후면에 부착하고, 서양 요리에 적용할 수 있는 요리법 책자를 삽입했다. 한국 음식에 낯선 외국인도 쉽게 제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연간 수출량이 가장 많은 우리쌀 고추장은 매운맛을 등급화해 제품 겉면에 표기했다.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 함량에 따라 순한 맛(mild)부터 매우 매운맛(extremely very hot)까지 5단계로 나뉜다.
최성수 해외영업본부장은 "다국어 패키지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청정원 제품 수출을 기반으로 해외 식품박람회에 적극적으로 참여, 해외 현지인과 바이어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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