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국립공원 관리소장님들, 각자 컴퓨터(PC) 앞으로 모여주세요."
매달 말이면 전국 26개 국립공원 관리소장들이 PC 앞에 앉는다. 월례 회의를 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직접 모이지 않고 PC에 연결된 카메라를 통해 모니터 화면으로 얼굴을 보며 화상 회의를 한다.
과거에는 서울의 특정 장소를 빌려서 전국에서 관리소장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그렇다 보니 모이기도 쉽지 않고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 매달 열어야 할 월례 회의가 6개월에 한 번 개최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엄홍우 국립공원 관리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11월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전격 도입하고 26개 관리소에 PC와 카메라 등 필요한 장비를 설치했다. 그 결과 이제는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 등 전국 방방곡곡 관리소장들이 매달 얼굴을 보며 회의를 갖고 현안을 바로 처리한다. 회의가 끝난 뒤에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직원 교육까지 실시한다. 모두 화상회의가 불러온 변화다.
국립공원에서 전자랜드까지. 화상회의가 업종을 불문하고 확산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영 혁신을 위한 변화의 바람도 불고 있다. 과거에는 화상회의가 국내와 해외 지사처럼 멀리 떨어진 지역을 연결하는 첨단 기술 정도로만 인식됐으나 이제는 비용 절감 및 업무 효율 개선을 위한 필수 도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화상회의로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봤다. 공단에 따르면 화상회의도입 후 3개월 동안 월례 회의, 경영전략회의 등 각종 회의를 32차례 개최해 출장비 3억5,200만원을 절약했다.
뿐만 아니라 녹색 성장에 걸맞는 친환경 효과도 거뒀다. 출장을 위한 차량 운행이 줄어든 만큼 공단 자체 계산 결과 탄소 배출량 12만1,524㎏을 줄였다. 엄 이사장은 "국립공원이 전국에 퍼져 있다 보니 현안이 있어도 회의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화상회의를 통해 수시로 의논한다"며 "업무 효율도 좋아졌고 비용 및 탄소 절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전문 유통상가인 전자랜드도 마찬가지. 전국 100개 매장을 갖고 있는 전자랜드는 전국 지점장 회의가 고민거리였다. 100명 이상이 모일 장소와 출장비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아 전화로 회의를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화상회의를 도입한 이후 전자랜드의 고민은 해소됐다. 전자랜드는 서울 목동 KT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화상회의 서버를 설치해 두고 인터넷과 PC를 이용해 화상회의를 진행하면서 각종 비용과 장소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전화회의를 하면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며 "화상회의는 의견 청취도 분명하고 평소 일하는 책상에서 회의를 하니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요즘 화상회의는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로 진화하고 있다. KT는 영상통화가 가능한 3세대 이동통신 휴대폰을 이용해 화상회의를 갖는다. 일명 휴대폰 회의다.
이를 위해 KT는 사내 전산시스템에 '사내 화상회의'라는 메뉴를 마련했다. 이 메뉴를 선택하면 PC 앞에 있는 직원은 물론이고 외근 중인 직원의 휴대폰으로도 연결된다. 또 사내 전산시스템에 마련된 '전자칠판' 기능을 실행하면 각종 문서를 영상에 띄워놓고 보면서 회의를 할 수 있다. 직원들이 굳이 같은 공간에 없어도 회의가 가능해진 것이다.
KT 관계자는 "모바일 화상회의가 하루 평균 60여회 정도 열린다"며 "야근 직원이 퇴근한 동료와 모바일 화상회의를 하며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화상회의 시스템 도입이 반갑지 않은 곳도 있다. 바로 교통업계다. 조반니 비시냐니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회장은 지난해 연례 총회에서 "화상회의가 항공업계에 강력한 경쟁자가 되고 있다"며 "화상회의가 늘어나면 항공기를 이용하는 기업 고객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미 충북도청, 육군본부, 포스코, DHL코리아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들이 화상회의 시스템을 경영혁신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상회의를 도입하는 기업은 계속 늘어날수록 교통업계의 우려는 점차 현실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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