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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짝귀로 악역 탈피 꿈꾸는 안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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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짝귀로 악역 탈피 꿈꾸는 안길강

입력
2010.03.2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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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보고 웃어야지. 아이고 이쁜 거. 하하하." 무릎에 앉힌 아이를 바라보는 산적의 눈에 살기라곤 눈곱만치도 없다. 불과 1초 뒤, 앞에 앉아 있는 낯선 자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살기 등등한 야수로 급변한다. 미동도 없이 저음으로 깔리는 대사는 더욱 살벌하다. "조신하게 있어. 어느 골에서 활이랑 총이랑 번갈아 맞을 수 있으니까."

KBS 2 TV 수목 사극 '추노'에서 짝귀로 열연하고 있는 배우 안길강(44)의 모습이다. 그를 23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순식간에 선과 악을 오가는 연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허허 웃으며 답했다. "돈 주면 다 해요." '생계형 연기자인가'라는 물음에 그는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1992년 스물여섯 살 때 연극 '거울보기'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배가 고팠다. "공연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껴보겠다"는 목적은 이뤘다고 해도 말이다. 그러다가 97년 영화 '3인조'에서 단역으로 '험악한 사내'역을 맡았을 때도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변변히 버는 것도 없이 '악역에 딱'이라는 꼬리표는 이 때부터 따라붙었다.

그의 말대로 "살림살이가 많이 나아진 건 2006년 SBS '무적의 낙하산 요원'부터"다. 강원도 산골의 우뚝우뚝한 바위를 연상시키는 외모--실제 보기에도 극의 설정처럼 북한에 서너 번 갔다 왔음 직하다-- 덕분에 베테랑 정보국 요원으로 주목을 받았다. 벌이도 좋아져 그해 말 10년간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도 할 수 있었다. 네 살, 3개월 된 두 딸을 낳고 알콩달콩 살 수 있는 것도 험악한 외모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2009년에는 국민 절반 이상이 봤다는 MBC 사극 '선덕여왕'에서 최후까지 선덕여왕의 반대편에 선 말 없는 킬러 칠숙으로 악역 이미지를 굳혔다.

하지만 악역에 대한 부담은 만만찮다. 그는 "배우가 한 가지 색깔로 자리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키(188㎝)는 줄일 수 없다고 해도 어깨가 더 넓어지면 맡을 수 있는 배역의 폭이 좁아질 것 같아 상체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추노'의 짝귀는 좋은 기회였다. "속정 깊고, 아이들을 보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워하는 아버지 캐릭터여서 꼭 맡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미지는 강하지만 기존의 악역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 듯했다.

'추노' 출연이 확정된 것은 2월 말께. 짝귀가 처음 등장하는 18회 방송까지 불과 일주일, 촬영까지는 이틀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것저것 고민할 시간조차 없었다. 반면 죽음으로 '추노'를 떠난 천지호(성동일)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하고, 정감 있는 악인을 표현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한없이 컸다. 몸을 불려 칠숙의 날카로운 이미지를 감추려고 매일 야식을 먹었고, 극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그 때까지 방송했던 '추노'를 반복해서 봤다. 배역에 푹 빠져 산 며칠 만에 체중은 8㎏이나 늘었고, 짝귀라는 인물은 맞춤옷처럼 그의 몸에 감겼다. "프로라면 값어치는 해야죠." 안길강이 '생계형 연기자'보다는 '프로'에 가까움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안길강은 악역 탈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코믹 배우를 꿈꾼다. 그는 "시트콤에서 엉뚱한 이웃집 아저씨 역할도 기회가 닿으면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급한 것은 몸을 만드는 일이다. "어떤 배역이 들어올지 모르는데 우선 살부터 빼야죠. 이미지 강한 배우보다는 배우로서 가늘고 길게 남고 싶거든요."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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