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경기 전 김동우에게 '특명'을 내렸다. 원주 동부의 주 득점원인 마퀸 챈들러를 봉쇄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는 계산. 그러나 김동우는 1쿼터에만 파울 3개를 범하며 벤치로 물러났다. 외곽슛 능력까지 갖춘 김동우의 공백은 커 보였다.
하지만 두터운 선수층과 끈끈한 수비 조직력은 선수 한둘이 빠져도 끄떡도 하지 않는 모비스의 강점. 모비스가 24일 원주치악체육관에서 열린 2009~10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동부를 86-77로 완파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나간 모비스는 남은 2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게 된다. 역대 26차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상위팀이 챔피언결정전에 나간 경우는 73.1%(19차례)였고, 그 중 정규리그 1위팀의 진출 확률은 92.3%에 달한다.
1승1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홈으로 돌아온 동부의 분위기가 더 좋았다. 그러나 모비스는 2쿼터부터 강한 압박 수비에 성공하면서 점수차를 벌렸다. 동부의 김주성은 2쿼터 2.5초를 남기고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가 테크니컬파울을 당하는 자충수를 뒀다.
전반을 51-37로 넉넉하게 앞선 채 마친 모비스는 3쿼터 초반 동부 김주성과 챈들러에게 잇따라 슛을 허용하며 추격을 허용했지만 교체 투입된 헤인즈의 활약을 앞세워 줄곧 10점차 이상의 리드를 지켰다. 헤인즈는 3쿼터에만 8점을 집중시키는 등 21점을 넣으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모비스는 4쿼터 시작하자마자 김동우의 3점슛으로 77-61, 16점차까지 벌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한때 동부 박지현에게 연속 드라이브인을 허용해 84-74로 쫓기기도 했지만, 경기 종료 2분 전 함지훈의 정확한 중거리슛으로 동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모비스 함지훈은 14점으로 제 몫을 했고, 김효범도 고비마다 9점을 넣으며 힘을 보탰다. 양동근도 11점 8어시스트로 경기를 잘 조율했다. 동부는 김주성이 24점, 챈들러가 33점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단조로운 공격 루트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4차전은 2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원주=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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