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경기 침체까지 더해져 지난해 혼인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만혼(晩婚) 현상도 점점 심해져, 신랑ㆍ신부의 나이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09년 혼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건수는 30만 9,759건으로 2008년에 비해 5.5% 감소했다. 결혼 건수는 1996년 43만건을 정점으로 줄어들다가, 2006~2007년 결혼 특수를 업고 잠깐 반등했으나 다시 감소 추세다. 이에 따라 인구 1,000명당 결혼 건수를 나타내는 조(粗)혼인율이 6.2건으로 나타나,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혼을 기피하는 풍조에는 초ㆍ재혼 구분이 없었다. 남자의 재혼 건수는 5만3,770건으로 전년에 비해 3,500여건 줄었고, 여성의 재혼 건수도 5만8,825건으로 3,900여건 감소했다. 초혼의 경우 이미 2000년부터 30만건 이하로 떨어지며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재혼은 꾸준하게 늘어왔다.
전체 결혼 건수의 10%정도를 차지하는 국제결혼마저 줄어들었다. 지난해 외국인과의 결혼 건수는 총 3만 3,000건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8.0% 감소했다. 다만 농어촌 지역에선 외국인과의 결혼은 계속 늘어, 특히 지난해 농어촌에서 이뤄진 결혼 10건중 3.5건은 한국 남자와 외국 여자의 결혼이었다. 외국 신부의 국적은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순이었다. 반대로 한국 여자와 결혼하는 외국인 남자의 국적은 그간 일본이 꾸준히 1위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중국이 앞질렀다.
결혼감소 원인에 대해 김동회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노인 인구 비중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혼인 연령층 비중이 감소해 혼인율 저하로 이어졌다”며 “지난해 경제위기의 여파로 결혼을 미룬 것도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사회 진출 시기가 늦어지고 청년 실업 문제가 심화되면서 결혼을 하는 시점도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1.6세, 여자 28.7세로 전년보다 각각 0.2세, 0.4세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남녀 공히 서울에 사는 신랑ㆍ신부의 나이가 가장 많아, 남자 평균 초혼 연령 31.9세, 여자 29.6세로 나타났다. 충남(남 31.2세, 여 28.0세)이 그나마 결혼을 빨리 하는 지역으로 조사됐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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